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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김시습, 불교를 말하다 : 청한잡저 2 와 임천가화
저자 박희병
출판사 돌베개
출판일 2024-08-26
정가 35,000원
ISBN 9791192836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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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김시습의 불교론
『청한잡저 2』
『임천가화』

부록1 『林泉佳話』
부록2 「『首楞嚴經』跋」 / 「『法華經』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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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양광(佯狂, 김시습이 현실을 마주한 방법

김시습은 세종 시절 ‘5세 신동’으로 불린 천재였다. 문헌에 따라서는 김시습이 다섯 살 때 대궐에 가서 세종을 친견했다고 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김시습이 대궐에 간 시기는 여덟 아홉 살 무렵이다. 김시습이 시를 잘 짓는 신동이라는 소문을 들은 세종은 승정원 승지 박이창에게 김시습을 만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한다. 훗날 김시습은 이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임금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친히 인견(引見하고 싶지만 남들이 듣고 해괴하게 여길까 걱정된다. 부모에게 돌려보내 아이의 재주를 밖으로 드러내지 말고 가르치기를 몹시 부지런히 하게 하라. 장성하여 학업이 성취되기를 기다려 장차 이 아이를 크게 쓰겠노라”라고 하셨으며, 물품을 하사한 뒤 집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김시습이 만년에 양양(襄陽 부사 유자한에게 보낸 편지 중에 나오는 말이다. 어린 시절의 이 체험은 김시습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5세 신동의 삶은 이로 인해 평생 불우했다. 스물한 살의 청년 김시습은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3일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다가 문득 통곡하고 책을 불살라 버린다. 그러고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와 똥통에 빠진다. 이른바 ‘양광’(佯狂이다. ‘양광’은 거짓으로 미친 척 행동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동아시아의 지식인이 현실과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택하는 행위 양식의 하나이다. 양광은 일종의 자해행위 같은 것으로,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를 버리는 행위이다. 일개 포의에 불과했던 김시습이 양광을 하며 평생 절의를 지켰던 까닭은 어린 시절 세종으로부터 받은 격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광’은 은둔과는 다른 행위 방식이다. 가령 신라의 최치원은 망해 가는 신라를 보며 ‘은둔’을 택했다. 은둔이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면, 양광은 현실을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초월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 속에 있으면서 현실을 거부하겠다는 태도이다. 양광이라는 행위로써 김시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