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
“수어는 아름다운 언어라고요?” “청각 장애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요?” 청각 장애인이자 유튜버인 하개월(@hamonthly의 영상 속에서 한 청각 장애인은 반문한다. “그럼 청각 장애인 같아 보이는 건 뭘까요?” 배려의 옷을 입은 어떤 말들은 오히려 청각 장애인한테 상처가 되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수어는 아름답다는 수식이 필요한 언어가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처럼 그냥 언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다. 열두 살에 바다에 빠지는 사고로 청력을 잃고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소년 맥스의 목소리. 이제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맥스는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나는 구조대가 찾아올 가망도 없이, 악몽으로 가득한 황량한 무인도에 혼자 버려진 신세”라고.
장애 덕분에 알게 된 비밀
예전에 친했던 친구들은 이제 맥스 곁에 없다. 대신 선천적인 청각 장애가 있는 에린, 다운 증후군이 있는 비니, 뇌 병변 장애가 있는 데이비드가 속한 특수 학급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맥스의 눈에 그들은 ‘외계인’일 뿐이다. 맥스는 이제 학교에서 매일 상담 선생님을 마주하며 문제아 취급을 받고, 집에서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여동생에게 부모님의 관심을 뺏기고 마치 한때 존재했던 아들의 유령처럼 가족 언저리를 겉돈다. 철저히 혼자인 기분에 올라선 언덕의 바람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 주던 그때, 맥스는 발견한다. 새로 들어선 풍력 발전소의 비밀을.
맥스가 사는 곳은 영국 스코틀랜드에 자리한 외딴섬으로 무선 인터넷도 안 되고 스마트폰도 쓸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섬에 어느 날 갑자기 풍력 발전소를 짓는 대가로 무선 인터넷과 더불어 스마트폰까지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섬사람들은 대부분 환영했고, 맥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로 그 풍력 발전소에서 엄청난 실험이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외계인’들의 고요한 반란
맥스가 사는 섬은 군대에서 파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