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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사회가 가둔 병 : 정신 질환은 언제나 예외였다 - 북저널리즘 77
저자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출판사 스리체어스
출판일 2022-07-13
정가 12,000원
ISBN 979119165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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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치료가 앗아간 것들

1 _ 네 명 중 한 명은 정신 질환자
정신 질환은 특별하게 다가가지 않는다.
Fail이 된 F코드
명문화된 ‘정신 질환자’ 꼬리표

2 _ 정신 의학의 희망과 절망
증상이 진단이 되는 현실
정신 약물의 탄생
정신 의학의 그림자
정신 의학, 절대적 권력
그들은 어쩌다 생존자가 되었나?

3 _ 정신 질환 혐오의 역학
그들은 어쩌다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나?
광장으로 나선 ‘미친 자’들
치료를 넘어 회복으로
연결에서 시작되는 회복의 여정

4 _ 개인을 넘어서
복지 사각지대
약이 아닌 집을 달라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5 _ 함께 서는 자립
외로운 생존이 아닌
집에서 살 권리
일할 수 있는 권리
정신 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 것들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사유의 운동을 촉진한다.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를 지향한다. bookjournalism.com

외상은 눈에 보인다. 진물이 나는 상처 부위를 보고 피를 닦을 수 있다. 점차 환부에 딱지가 앉는 것을 보며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병이 있다. 보이는 건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증상뿐이다. 갑작스레 소리를 지를 수도, 환청을 들을 수도 있다. 몇몇은 보이지 않는 병을 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개운하다’는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외상 역시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세상은 그들의 상처를 꼬리표로 덮었고, 비좁고 외진 곳에 가뒀다. 정신 질환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제나 예외였다.

보이지 않는다는 서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정신 질환은 사회에 뿌리 내렸다. 환자는 자신의 병을 숨기기 시작했고, 사회는 정신 질환을 점차 잊었다. 잊힌 정신 질환은 파편적인 단어 안에 갇히기 시작했다. 강력 범죄, 살인, 망상, 약, 입원 등이다. 개별 단어들이 정신 질환으로 귀결되자 사회는 이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명제를 말하기 시작했다. 적대적인 세상을 마주하며 환자는 자신의 병을 부인하거나 숨겼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약물은 분명 정신 질환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병이 만든 삶의 빈자리에는 약과 병원만이 들어섰다. 약을 먹지 않으면 움직이기도 어려워하는 이들은 자신이 약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약이 빠져나가면 삶이 텅 비어버린다. 그렇게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은 다시 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의 회전문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회전문 사이를 빙빙 도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도 그 회전문의 속도를 낮추거나 좁은 틈새 안에 갇힌 사람을 바라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