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우리 둘이 살기에 딱 알맞은 집이야.”
작고 아담한 집을 동물들과 기꺼이 나눠 쓰는 넉넉한 마음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차림새가 범상치 않네요. 탐험가 복장의 할머니는 지도와 밧줄을 들고 곧 어디론가 떠날 것 같고, 주방 장갑을 낀 할아버지는 갓 구운 먹음직스러운 딸기 케이크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어요. 취미도 성격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딱 한 가지만은 의견이 일치해요. 둘의 보금자리인 노란 집이 작고 낡았어도 이만하면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딱 알맞은 집이라는 거예요.
어느 날부터인가 탐험가 할머니가 밖에 나갔다가 동물들을 데려오기 시작해요. 고릴라, 코끼리, 북극곰…… 대왕고래까지요! 집을 잃고 혼자 크헝크헝 울고 있는 동물들을 그냥 두고볼 수 없어서 데려왔다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집이 좀 좁아지겠지 하며 걱정하지만, 혼자서만 생각하고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요. “집이 좁으면 우리 둘이 번갈아 자면 되지요.”라며 마지막 달팽이 한 마리까지 내치지 않지요. 점점 북적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집은 어떻게 될까요?
고릴라랑 코끼리랑 대왕고래랑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딱 알맞은 집’ 우리 지구의 운명은?
《딱 알맞은 집》의 주인공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마치 최후의 날까지 살아남아 저물어 가는 세상을 지키는 마지막 사람들 같아요.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각오로, 집을 잃고 떠도는 멸종 위기 동물들을 하나하나 데려와 기꺼이 돌보는 거예요. 기후 변화와 지나친 남획으로 살 곳을 잃고 홀로 남겨진 동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에 와서야 비로소 안식을 찾아요. 비좁은 집이지만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신나게 물놀이도 하다가 편히 잠들지요. 어쩌면 딱 알맞은 집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넉넉한 마음을 닮아 적당히 늘어나는 마법을 부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찰랑거리는 물잔에 떨어진 마지막 물 한 방울처럼, 자그마한 달팽이 한 마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