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엘렌 식수가 말하는 동물 사랑 이야기, 그리고 자유와 고통의 문제들
1900년대 초 발터 벤야민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라디오 방송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훗날 ‘어린이를 위한 지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전례를 따라 질베르트 차이는 청소년과 어른을 대상으로 언어, 이미지, 전쟁, 신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이를 여러 권 소책자로 만들었다.
이 책은 그 시리즈 중 하나로 엘렌 식수가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강의하고 청중의 질문에 대답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식수는 알제리 출신 유대인으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증오와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겪었다. 곧이어 전쟁이 일어나자, 식수 가족은 반유대주의를 외치는 나치의 감옥 속에 갇혀 산책할 권리조차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책에서 들려주는 작가의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경험담은 약자로서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불합리와 불의, 그리고 폭력과 자유라는 주제와 만나면서 더욱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식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갇혀 있는 사람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갇혀 있을 때는 오로지 자유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수는 어린 시절 입양했던 강아지 핍스와 맺었던 사랑과 공포와 고통의 문제들을 꺼낸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후 독일인 외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동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상상하지도 못한다는 할머니와 하이데거의 주장과 대립한다. 강아지 핍스가 차별과 폭력의 희생양으로 어떻게 변모했는지, 마치 형제 같던 강아지가 어떻게 자신과 대립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아프고 슬프다.
무척 쉬운 문체로 들려주는 그녀의 동물 이야기는 결국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사랑, 자유, 폭력, 오해, 고통, 화해, 평화, 죽음 등 모든 철학적 주제와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