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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깜깜한 밤 한 마리 - 사계절 동시집 21 (양장
저자 이상교
출판사 사계절
출판일 2024-08-23
정가 13,000원
ISBN 979116981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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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토끼 키 재기
토끼 키 재기
들통났다!
구꾹구꾹
잠자리

강아지 귀때기

애기 수박

‘개’
씨앗

아무런 소리 내지 않으며

2부 밤 한 마리
식탁 위로 뛰어오른 고래
당근
실핀
아침
내 이불
밤 한 마리
나팔꽃
참새
짝짝이 양말
호두 껍데기
외할머니
연필심
끄덕끄덕

3부 닮았다
우산과 우산
각시붕어 한 마리
닮았다
다람쥐 입에는
종종종
짝사랑

깜짝이야!
벼 벤 뒤
대답
풀벌레
빠진 이빨

4부 복숭아뼈
겨울 건널목
빗물 웅덩이
줄인형
주전자
파리
소파
가을
갠 날
샛노란 별떨기
겨울나무
도장나무, 봄
그늘
복숭아뼈

동시집에 붙여
시인이 시를 마주치는 순간!

깜깜한 한밤중이
까만 고양이를 낳았다

환한 대낮에
깜깜한 밤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 「밤 한 마리」 전문

환한 대낮에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 누구나 흔히 볼 수 있고, 무심코 지나칠 법한 풍경이지만 시인은 그 까만 고양이에게서 ‘밤’을 본다. 해가 뜨는 동시에 사라져 버린 ‘밤’이, 하나의 생명이 되어 환한 도시를 유유히 돌아다니다니! ‘밤’을 정지된 시간으로 여기고, 자신이 눈뜬 낮만을 전부로 여기는 사람이나,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걷느라 고양이의 느린 걸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발견하지 못할 시상이다. 그러나 이상교 시인은 환한 낮과 까만 밤, 높은 하늘과 낮은 땅, 누군가에게는 빠르고 누군가에게는 느리기만 한 시간의 틈새에서 시의 주인공들을 마주친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보이는 모든 존재, 만나는 모든 인연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이에게만 찾아오는 ‘시’의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이 너무나 즐거워, 51년간 쉼 없이 시를 써 온 시인은 여전히 시 쓰기를 기뻐한다. 그 기쁨과 설렘이, 그가 오랜 시간 한국 어린이문학에서 가장 부지런한 작가로 불리고, 수많은 독자가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사랑해 온 동력이 아닐까.

길을 가다가 길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쳐도 그건 내게 사건이야. 길고양이는 어딜 쏘다니다 똑같이 쏘다니던 나와 딱 마주친 걸까. 나의 눈과 귀와 마음이 가닿는 존재 그리고 이야기는 나를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시인의 말’에서

작은 존재에게 보내는 감탄과 응원
문득 바라보면 여름이 가을이 되고, 새싹이 나무가 되고, 씨앗이 열매가 된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그리된다고 해서, ‘성장’이 쉬울 리 없다. 아픔이나 시련 없이 자라는 생명은 없다. 이상교 시인은 자라느라 애쓰는 생명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 과정을 쉬이 여기지 않는다.
키 재기 하는 날, 토끼의 키는 치켜세운 귀나 쭉 뻗은 다리가 키우는 것 같지만, 온몸에 힘을 주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