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구타자들을 ‘관계적 자아’로 바라보자는 제안
담론의 최전선에서 다시 돌아보는 에코페미니즘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확산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운동과 사회과학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상호관계성에 주목하는 그레타 가드는 이에 발맞춰 기존 에코페미니즘 논의를 비판적으로 전유하고 급진적으로 확장한다.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은 호주의 페미니즘 철학자 발 플럼우드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 즉 ‘지구타자’를 ‘관계적 자아’로 보자고 제안하며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 관계적 자아란 지구타자들이 서로의 신체를 먹고 먹히면서 몸성으로 얽힌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공기와 물, 흙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구성 물질이 서로의 신체를 횡단하며 관계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플럼우드의 관점은 지구타자들이 각자의 행위자성, 소통능력, 의도성을 가지고 서로의 삶을 공동 구성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인간이 자연에 일방적인 지배력을 행사해온 현실을 간파하는 데 유용하다. 나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억압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여성과 자연에 가해지는 억압의 원인을 가부장적 자본주의 세계체제로 귀속시킨 마리아 미즈와 반다나 시바의 사회적 에코페미니즘을 효과적으로 갱신한다.
가드는 플럼우드의 이론적 영향 아래에서 교차성과 포스트휴머니즘, 신유물론 페미니즘 논의를 통합해 모든 생물종의 관계와 얽힘을 고려하는 ‘종간정의’(interspecies justice의 윤리학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생산체제와 인간-자연의 전통적 관계를 의문에 부치고, 기후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해서다. 이렇게 가드는 기존의 에코페미니즘 논의와 오늘날 인류가 맞닥뜨리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종합해 에코페미니즘의 계보를 새롭게 정리하고, 그 최전선에서 젠더정의, 기후정의, 퀴어에로티시즘 등 다양한 담론을 아우르고 있는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을 치밀한 사례 분석과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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