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선
산의 마음 훔쳐 왔어요 | 가는귀와 오는 귀 | 볕뉘 | 떨어져 보아야 더 예뻐요 | 갯벌체험장에서
공공로
목소리 좀 줄여주세요 | 길 잃은 일기예보 | 텃밭에 핀 아침 | 무섭지도 않나 봐 | 꽃대를 보았다
김양화
문득 | 여름 산에서 | 종이컵의 노래 | 춤추는 휴지통 | 배탈
민금순
엄마는 센스쟁이 | 그네 | 이야기꽃 | 그날 | 눈 내린 아침
양회성
좋은 걸 어떡해 | 아빠의 구두 | 사랑의 마음으로 | 겨자씨의 말 | 마음 먹기
윤삼현
네모난 통우리창으로 | 다다다다 | 갈라치기 | 동그라미 | 파도가 바위에게
이성룡
우리 깐부잖아 | 명탐정 | 전학생 | 자울자울 | 벼룩에게 온 편지
이옥근
누구에게 말하지? | 황소바람 | 코에 불났다 | 윷이로구나 | 별밭
이정석
기울어진 우산 | 기울어진 어깨 | 기울어진 지구 | 기울어진 느티나무 | 기울어진 시소
조기호
삐딱한 못 | 만수의 하품 | 형, 상 받는 날 | 와자작 깨져버린 것 | 신발 한 켤레
고윤자
김밥 | 낮에, 별은 어디에 있을까? | 가을 운동회 | 다이어트 | 먹구름이 되는 까닭
<동인 탐방>
김양화 동시 속 세상과의 소통하기
초록달팽이 여덟 번째 동시집입니다. 고정선 외 10인으로 구성된 ‘별밭’ 동인회에서 펴내는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른 시인들이 쓴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 55편의 동시가 실려 있습니다. 김순영 작가의 해학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이 인상적인 동시집입니다.
마루에는 할아버지가
자울자울
토방에는 강아지가
자울자울
텃밭에는 해바라기가
자울자울
담장에는 나팔꽃이
자울자울
중천을 건너는 해가
땀을 뻘뻘
여름이 녹고 있어요.
- 이성룡, 「자울자울」 전문
이 동시는 음성상징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리듬감을 조성하는 한편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울자울”은 잠이 들듯 말듯 몸을 앞으로 숙였다 들었다 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마루에는 할아버지가/자울자울”, “토방에는 강아지가/자울자울”, “담장에는 나팔꽃이/자울자울”에서 보듯이 무더위에 지쳐 나른해진 사람, 동물, 식물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천을 건너는 해가/땀을 뻘뻘/여름이 녹고 있어요.”와 같은 마지막 부분의 표현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거리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바람까지 불었다
저절로 바람 부는 쪽으로
우산들이 기울었다.
두 아이가 함께 쓴 우산은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친구를 위해 밀었기 때문이다.
하굣길 어디쯤에서
두 아이 어깨에 빗물이 흘러내렸다
다만 마주 잡은 두 손은
비에 젖지 않았다.
- 이정석, 「기울어진 우산」 전문
이 동시는 어느 비 오는 날의 풍경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굣길 두 아이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산이 자꾸 한쪽으로 이리저리 기울어집니다. 왜냐하면 친구가 비를 맞지 않도록 두 아이 모두 친구를 향해 우산을 밀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아이 모두 빗물에 어깨가 젖었지만, 끝내 “마주 잡은 두 손은” 비에 젖지 않았습니다. 친구를 배려하고 아끼는 두 아이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