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든 고양이라면 상상할 수 있지만
섬에 간 고양이는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던 가지의 열망
귤과 가지는 가족들이 모두 집을 나선 아침이면 나란히 창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청명한 아침의 햇살, 학교에 가는 동네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발걸음, 맞은편 나무에 사는 새들의 노랫소리 속에서 가지는 종종 귤에게 궁금한 걸 묻기도 한다. 매일 산책을 나가는 귤과 달리 어린 고양이 가지에게 세상은 네모난 창문 모양의 화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지는 사진 속 풍경 하나에 마음을 빼앗긴다. ‘섬’이라는 그곳은 아마도 귤이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갔던 여행지인 듯하다. 섬, 섬이라는 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 건지, 생각을 자꾸만 하다 보니 가지의 조그만 머릿속은 섬 생각으로 완전히 가득 차 버리고, 그런 가지를 보며 귤은 문득 결심한다. 우리끼리, 거기 가 보기로!
처음으로 둘이서만 집을 나선 가지와 귤의 하루가
노을색으로 물들 때
“가지야, 우리도 가 볼까?” “어디?” “섬!” 아파트에 사는 개와 고양이는 그렇게 처음 둘이서만 현관문을 나선다. 발바닥에 닿는 포장도로의 낯선 온도에 놀라지 않으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기 위해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전철과 여객선을 갈아타고 마침내 도착한 섬! 둘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짭짤한 공기와 까슬까슬한 모래의 감촉이다.
이유 없이 일단 한바탕 뜀박질을 마친 귤과 가지는 작은 섬의 모든 것을 만끽한다. 규칙적으로 철썩이는 물소리, 습기를 머금은 시원한 바람, 처음 보는 신기한 생물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생긴 돌과 관목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이 풍성하게 다가온다. 먼 길을 오느라 고단함이 밀려오고 잠깐의 쪽잠은 더없이 달콤하다.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에 홀딱 젖어 버린 털은 와르르 터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잊으면 그만이다.
더 이상 어제의 개가 아닌 귤과, 어제의 고양이가 아닌 가지
모두의 처음을 향해 보내는 힘찬 응원
어느새 물과 맞닿은 하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