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호랑 가고 싶은 데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아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내가 누구냐고? 으응,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누구인지 한번 알아맞혀 볼래?
나는 걸어. 아주 빨리 달릴 수도 있어. 운동장을 누비며 공놀이도 해. 눈치챘니? 아직 모르겠다고? 그럼 좀 더 들어 봐. 나는 걸어, 지호와 함께. 아주 빨리 달릴 수도 있어, 지호와 함께. 운동장을 누비며 공놀이도 해, 지호와 함께.
나는 운동화야, 지호의 운동화. 내 친구 지호는 어딜 가든 나를 꼭 챙기지. 지호랑 함께라면 난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래도 난 언제나 하얗고 깨끗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지호는 휠체어를 타고 있어. 뇌성마비가 있거든. 그래서 나는 흙바닥을 밟지도 않고, 다른 신발에 밟히지도 않아.
지호는 밝고 활발한 아이야. 친구들이랑 노는 걸 제일 좋아하지. 나는 지호랑 가고 싶은 데도 엄청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아. 하지만 어디든 마음대로 다니기가 쉽지 않아. 우리가 갈 수 없는 곳도 많고, 앞을 가로막는 것도 너무 많거든. 그럴 때면 정말 속상해….
지호의 운동화 눈에 비친 장애인의 세상
곰곰 생각해 보아요. 길을 걷다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장애인을 마주친 적이 있나요? 아마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별로 없는 걸까요? 아니에요. 등록된 장애인만 전체 인구의 5%가 넘습니다. 20명 중 1명꼴이지요. 하지만 일상에서 장애인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장애인들이 밖을 잘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돌아다닐 수 없어서’라는 말이 더 정확한지도 몰라요. 집 밖에는 장애인이 마음껏 다니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것들이 많거든요.
《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는 휠체어를 타는 아이, 지호의 세상을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지호와 늘 함께하는 운동화의 시점에서, 또래 아이들처럼 가고 싶은 데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어디든 마음대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