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적 지식
한국의 독자들에게 세르는 유럽의 독특한 철학자로서 명성은 높았으나 그 철학의 내용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헤르메스 5부작’을 통해 담론들 사이의 소통, 번역, 개입, 분배 등의 논리를 제시해 온 그는 흐름과 소통으로 지식의 총체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백과전서파의 후예 세르가 주장하는 총체성은 헤겔의 총체성과는 다르다. 개별 분야에서 논의를 시작하되, 분과를 나누는 벽을 천사처럼 투과하고, 흔들며 조금씩 총체성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은 새벽, 동틀녘, 아침, 정오, 오후, 밤, 자정의 일곱 장으로 구성된 픽션 형식을 띠고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팡토프와 피아, 두 주인공이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천사들에 관해 특별한 대화를 나눈다. 천사를 자연 현상·소음·음악·언어·하느님의 메시지·사이비 신·야수·기계·권력자 등으로 묘사하면서 구체적 세계와 추상적 관념은 하나로 녹아든다. 한편으론 발자크, 디드로, 모파상의 소설에서 예술가의 뮤즈를 만나고, 정보화 사회의 윤리와 교육 문제에 대한 속 깊은 통찰에 눈 뜨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난해한 철학 소설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설의 형식을 띤 백과전서에 가깝다. 형이상학·인식론·가치론·윤리학(개념과 배제에 갇힌 논리학을 제외하고 등 분과 철학이 합쳐져 근대 이전 통합 철학의 위상을 되찾고, 음악·미술·문학·교육학·신학·자연과학(지구과학, 물리학 등이 교차하며 분과의 경계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것을 넘나드는 충돌 사이에 새로운 지식이 창조됨을 보여준다. ‘지식의 음유시인’이라 불릴 만큼 시적인 문체가 이 규정하기 힘든 천재의 종합적 사유를 한층 감동적으로 느끼게 한다.
세르의 다른 책들처럼 『천사들의 전설』 또한 해박한 자연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진다. 현대 도시의 심연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사진, 사물들의 심연을 확장해 드러낸 과학 사진 그리고 중세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종교·미술 작품 등과 책장을 넘기노라면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