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 연대기』 서문
일러두기
프롤로그
제1편 칭기스 칸, 태동하는 제국
제1장 열조의 시대
제2장 칭기스 칸의 전반생
제3장 대외 원정과 제국의 팽창
제2편 세계제국의 탄생
제1장 우구데이 카안의 세계 정복전
제2장 단명한 구육의 치세
제3장 뭉케의 혁명과 집권
제3편 쿠빌라이 카안의 시대
제1장 즉위와 내전
제2장 계속되는 도전
제3장 카안 울루스의 완성과 통치
제4장 후계자 테무르 카안
에필로그
시각자료 출처
참고 문헌
인명 찾아보기
세계사의 시작을 알고자 한다면 몽골제국의 역사를 보아라
그것을 올바르게 알고자 한다면 『집사』에서 시작하라
몽골제국은 지난 수천 년간 인류 역사의 주된 무대였던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광대한 영토를 정복하고 통치한 제국이었다. 13세기 초부터 14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거의 두 세기에 걸친 제법 긴 기간 동안 몽골제국의 직접적인 지배 혹은 간접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운 집단은 거의 없었다. 한반도의 고려 왕조 역시 1260년경부터 그 지배 아래에 들어갔고 10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몽골제국의 출현과 지배가 세계사적인 대사건이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근대로 들어와 유럽을 세계사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서술하는 역사관이 자리 잡으면서 유럽 이외 지역의 역사는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아시아 여러 나라와 민족은 인류 역사를 발전시킬 만한 힘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 역사는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낙인이 찍혔다. 반면 그리스·로마가 이룩한 눈부신 성취의 횃불을 이어받은 유럽인들은 대항해의 시대에 세계 각지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이때 와서야 비유럽 세계는 비로소 인류 역사의 본류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받았다. 이러한 유럽 중심의 역사관은 19세기 이래 크게 유행했던 마르크스주의적 유물 사관이건, 혹은 그것을 비판했던 베버주의적 역사 이론이건,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변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유럽을 역사의 중심에 놓으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몽골제국의 역사가 올바른 평가를 받을 리 만무했다. 몽골제국은 유럽이 지향했던 휴머니즘과 계몽주의, 자유와 평등과 민주 같은 가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학살과 파괴의 화신이었고 전제와 혼란이 횡행하는 시대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묘사되었다. 칭기스 칸은 아틸라의 뒤를 이어 ‘신의 채찍(Scourge of God’으로 불렸고, 러시아는 오랜 세월 ‘타타르의 멍에(Tatar Yoke’로 신음하면서 그 역사가 왜곡되고 마침내 소비에트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