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푸른바다거북/ 게는 왜 옆으로 걷게/ 짱뚱어 대장/
바다이구아나/ 파랑돔/ 아침 인사/ 눈다랑어/
똥 마려운 펭귄/ 가랑잎나비/ 뿔호반새 뿔났다/ 파랑새
노랑
바나나를 먹는 긴코원숭이/ 미어캣들의 줄넘기/
오소리의 봄날/ 노란목도리담비/ 누렁이/ 금풍뎅이 똥풍뎅이/
노랑머리할미새/ 파리도 먹어야 산다/ 코/ 노랑발도요
빨강
홍학/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 개코원숭이/ 꽈리/
튤립 트럭/ 분홍 여치/ 별불가사리/ 고추잠자리/
맨드라미의 왕/ 깜짝 놀란 놀래기/ 사과/ 불꽃놀이
하양
흰돌고래/ 밤바다에서/ 궁궁이꽃 필 때/ 기린/
자작나무 숲 오목눈이/ 자벌레/ 봄밤/ 늪/ 강냉이 대포/
달걀/ 흰코뿔소의 부탁/ 두부 장수 두부 트럭
초록
너는 왜 우니/ 말뚝망둑 망보나/ 개구쟁이 청개구리/
도롱뇽/ 잠꾸러기 나무늘보/ 가랑비/ 콩떡/
말오줌나무 아래서/ 무논의 개구리밥/ 악마꽃사마귀/ 뚱딴지
검정
흑표범 그리는 법/ 빵 안 먹는 누룩뱀/ 검은머리갈매기/
안경원숭이/ 말 안 듣는 까마귀/ 순대/ 장하구나 전기뱀장어/
검둥개/ 재두루미/ 자라/ 흑염소
보라
피카소 물고기/ 유리보석옥수수/ 무지개/ 안 슬픈 날의 양파/
제비꽃/ 지느러미엉겅퀴/ 댕기머리해오라기/
두더지는 눈이 나빠/ 내 팔레트로 날아오는 팔색조
쉽고 재미있는 말놀이 동시
최승호 시인은 말놀이를 기반으로 한 재미있는 동시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피카소 물고기』 역시 최승호 시인의 그러한 장점이 그대로 녹아 있는 동시집이다. 미어캣들은 줄넘기를 “캣 캣 캣” 넘고(「미어캣들의 줄넘기」, 노루는 궁궁이꽃 냄새가 궁금해 “궁궁이가 궁금해” 중얼거린다(「궁궁이꽃 필 때」. 한국어의 소리를 이용해 기발하게 이어지는 말놀이에 독자들은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된다.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한 표현도 빼놓을 수 없다. 꽃 파는 아저씨의 꽃과 돈다발을 염소가 뜯어 먹는 장면이나(「튤립 트럭」 개똥벌레를 삼킨 바람에 배 속에서 빛이 나 무서워하는 개구리의 모습은(「개구쟁이 청개구리」 그 자체로 우습고 재밌다. 아이러니와 익살이 섞인 최승호 시인 특유의 유머 감각이 담긴 동시는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동물과 색색깔깔의 세계
이 동시집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펭귄, 미어캣, 흰돌고래, 기린, 코뿔소는 물론이고 말오줌나무나 유리보석옥수수처럼 이름만 들어도 신기한 식물들도 나온다. 최승호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묘사되는 동식물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게 느껴지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동시와 그림으로 드러나는 색채들이다.
아이들에게 색채를 선물하는 마음으로 동시를 썼다는 시인의 말처럼, 『피카소 물고기』에는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색채가 들어 있다. 거북이가 헤엄치는 바다의 파란색(「푸른바다거북」과 푸른발부비새의 발에 물든 파란색(「아침 인사」은 다르다. 도롱뇽이 걸어가는 이끼의 초록(「도롱뇽」과 논에 떠 있는 개구리밥(「무논의 개구리밥」의 초록도 다른 색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색의 차이를 들여다보는 최승호 시인의 눈은 『피카소 물고기』가 피카소의 그림처럼 다양한 색을 품게 했다.
홍성지 작가의 그림 역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인이 발견한 색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표현하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