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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한옥 적응기 - 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저자 정기황
출판사 빨간소금
출판일 2024-08-16
정가 18,000원
ISBN 9791191383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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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들어가며 / 한옥이란 무엇인가
1. 자연의 시대 / 지붕의 재료로 구분하는 집
2. 이양의 시대 / 민족 정체성을 위한 (조선집
3. 절충의 시대 / 근대 도시의 탄생과 (도시집
4. 전통의 시대 / 정치적 언어로서의 한옥
5. 적응의 시대 / 만들어지는 전통으로서의 한옥
나오며 / 집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참고문헌
‘신흥목공소’는 한옥일까, 아닐까?

소설가 박완서는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과 보문동에서 오래 거주했다.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은 동선동 한옥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다. “50년대 초, 내가 결혼해서 시집살이를 한 동네는 좁고 꼬불탕한 골목 안에 작은 조선기와집들이 처마를 맞대고 붙어 있는 오래된 동네였다.” 박완서가 살았던 동선동 집 인근의 신흥목공소는 “조선 기와지붕만 겨우 남겨 놓”은 채 90여 년 동안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신흥목공소는 동서 방향의 블록 구조 모서리에 위치해 ‘가각전제(街角剪除’라는 근대적 도시계획법이 적용되어 모서리가 사선으로 잘린 필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옥도 네모반듯한 정형이 아니라 비정형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한옥은 “우리나라 고유의 형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고유의 형식”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하지만 지금의 보통 사람들이 지닌 한옥에 대한 인식은 조선시대 기와집 정도다. 신흥목공소는 기와집이지만, 조선시대 기와집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신흥목공소는 한옥일까, 아닐까?

‘한옥’이라는 말은 개항 이후 1908년에 정동 지역에서 양옥, 일본 가옥(일옥과 구분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고, 1970년대에 정부와 언론 등에서 적극 사용하며 전통 가옥을 통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 기와집은 소수의 양반만이 사는 큰 규모의 주거 양식이었고,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기와집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규모가 작은 기와집이다. 일제강점기 한옥은 조선시대 집과 달리, 인구 급증과 심각한 주택난으로 밀도가 높아지고 생활 방식이 바뀐 도시에 적응하며 개발된 ‘도시한옥’이다. 박완서가 살았던 동선동 집과 신흥목공소는 모두 도시한옥이다.

지금의 한옥 붐은 2000년대 초에 도시한옥이 주였던 북촌과 인사동에 대한 보존 계획에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전주한옥마을, 서촌 등 오래된 한옥 주거지가 주목받았다. 더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