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그림일기 속으로 떠나는 추억 여행!
“엄마, 이제 우리 뭐 해?” 여름 방학을 맞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한껏 누린 아이는 엄마에게 묻습니다. 그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지겨워진 것이지요. 하지만 엄마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습니다. “엄마도 몰라.” 심드렁한 대답에 아이는 다시 묻습니다. “엄마, 엄마는 여름 방학 때 뭐 했어?” 그 한마디에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심란하기만 하던 엄마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글쎄, 엄마는 뭐 했나 찾아볼까?”
아이와 엄마는 엄마의 보물 상자 속에서 찾아낸 그림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1995년 여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아이와 동갑이던 그해, 엄마는 처음으로 언니와 단둘이 기차를 타고 외갓집에 갑니다. 가족이 다함께 갈 때는 금방인 것 같던 그 길이, 단둘이 가자니 아득히 멀기만 합니다. 옆자리 할머니가 기특하다며 사 주신 바나나우유를 먹으며,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산과 들, 강을 구경하며 기차역에 다다르자 할아버지가 마중나와 계십니다.
외갓집에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세리와 달리, 외사촌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쭈뼛거리기만 합니다. 지난 설에는 다 같이 재미있게 놀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서먹함도 잠시, 네 아이는 머리를 맞대고 신나게 놀 궁리를 합니다. 외사촌 준일이네 학교에 담력 훈련을 가고, 귀신 이야기로 밤을 지새고,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물놀이도 하고……. 엄마 아빠 없이 괜찮을까 싶었던 사흘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어린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 준 모든 어른들에게
《엄마의 여름 방학》은 오래된 사진첩처럼 독자를 30년 전 과거로 데려가 줍니다. 오늘날과 같은 듯 다른 풍경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들만큼이나 어린 엄마 아빠를 만나고, 어른들은 그리운 풍경과 마주하게 되지요. 늘 긴장하거나 정색하고 찍는 사진첩 속 사진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풍경들을 말입니다.
김유진 작가가 수채화로 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