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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저자 송경원
출판사 바다출판사
출판일 2024-05-24
정가 17,800원
ISBN 9791166892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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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영화를 ‘쓴다’는 것 5

1장 어쩐지 잊히지 않는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17
언제나 지금 여기 우리 함께 27
사유의 시작이 되는 영화가 있다 39
우연이 이야기가 될 때까지 48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61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뿐 73
영화를 향한 향수병 83
어떤 균열은 반갑다 96

2장 선명하다가도 흐릿한
영화가 사라진 자리에서 111
“신세계가 구세계를 구할 것이다” 124
액자가 그림의 일부일 순 있어도 138
서사를 잃고 헛돌다 151
설득당하고 싶은 마음 164
겪어보지 못한 기억을 추억하기 177
시네마는 마법의 이름이 아니다 189
거짓과 자기기만의 굿판 199
아직 준비가 안 됐다 212

3장 뒤돌아보면 그곳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 번째 은퇴 선언 225
그 감정이 거기에 있었다 235
경외하길 멈추고 기억하기 248
네버랜드와 원더랜드 사이 어딘가에서 260
‘최고의 영화’에 대한 고찰 273
끝끝내 버텨내 오늘에 다다른 마음들 288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기록자 297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 나의 자리 306
점, 선, 면으로 그린 환상의 세계 314

에필로그
지나간 영화가 나에게 말을 걸 때 326
영화와 사랑, 그 운명에 대하여 340
송경원이 15년 동안 영화와 주고받은 대화
“그 모든 시간이 나의 영화였다”

송경원은 평론이 영화의 의미를 바꾸거나,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역사를 재현하면서도 영화가 결코 현실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어떤 영화들은 그 사건이, 그들이 거기에 있었음을 증명하며 세계의 일부가 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토착민과 이주민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1961년 대만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 아무리 사실과 역사를 기반한 이야기라지만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영화가 진실까지 밝힐 수 없음을 인정하며, 한정된 스크린의 빛과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나의 역사적 뿌리’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을 시인한다.

2017년 국내에서 처음 개봉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본 저자는 과거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에 변화가 생겼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나를 바꾸지 않는다. 변한 나의 모습이 영화를 통해 드러날 뿐이다. 마찬가지로 영화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변한 세상의 모습을 영화로 확인할 뿐이다. 그래서 송경원에게 영화는 일종의 좌표이다. 이 책의 표지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한 장면인 것도, 시간이 흐른 후에 저자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그의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계속해서 지나간 영화와 대화를 시도하며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에필로그 2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이터널 선샤인〉을 새로 쓰며, ‘지나간 영화가 자신에게 건네는 말’을 듣는다. 그가 끈질기게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는 일상에서 지나친 풍경들을 낯설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낯선 세계란, 과거에 놓인 자신이고, 당시에 추스르지 못한 관계의 결별과 감정의 부재이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내 것 같다고 느낄 때, 영화는 지나간 것들과 우리를 연결해 주고, 우리는 뒤늦게 깨달은 갈등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