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퀴어라는 품이 넓은 단어가 가진 정치적인 힘을 활용하고 싶어요.”
각기 다른 영역에서 미술비평을 지속해온 두 저자가 펼치는 네 번의 대화
퀴어라는 이름 안에서 전개된 예술과 언어, 활동의 영역과 그 너머의 가능성들
총 4부로 구성된 『퀴어 미술 대담』은 각 부에서 중심적으로 다뤄지는 키워드를 지표 삼아 대화를 이어 나간다. 때로 이 키워드는 ‘미술’ ‘비평’처럼 책 전체의 내용을 고루고루 일컬으며, ‘자긍심’ ‘부정성’처럼 현대 한국의 퀴어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정서들을 끌어온다. ‘하위문화’ ‘재현’ 등의 단어를 통해 퀴어 미술이 작동되는 방식을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며, ‘공동체’나 ‘욕망’ 같은 키워드로 한국 퀴어(예술의 현장을 짚어보기도 한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 두 저자는 그간 각자 작업한 ‘퀴어 비평’의 영역과 범위부터 살피고 대조한다. 대중문화·시각예술에 관한 비평과 함께 에세이·일기 등 사적인 글을 써온 이연숙(리타 비평가와 미술비평과 인권운동을 함께하는 남웅 평론가의 내력은 공통점만큼이나 많은 차이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각 저자의 방법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저자는 서로가 겪어온 길이 겹쳐지거나 분기되는 지점을 꼼꼼히 표시해가며, 현재 한국 퀴어 미술 씬scene의 형태와 구조를 그려본다. 대담에서도 몇 차례 언급되듯이 이 지도에는 많은 공백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 공백을 지우거나 새로 메우는 대신, 그 빈 자리들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하는지 주시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같은 측량의 대화는 1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까요?”라는 남웅 비평가의 질문으로 시작하는 1부는 이연숙(리타, 남웅이라는 두 미술비평가가 어떻게 ‘퀴어 미술’이라는 질문을 꾸준히 이어왔는지 서로 끈질기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는 두 저자의 개인적인 맥락을 짚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연숙 비평가의 말처럼 “미술비평을 하기 위해 모두에게 알려진 루트―가령 어디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