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있는 곳은 수가 쓰이는 곳
정말 ‘수’는 어디에 있을까? 수의 존재를 알려면 먼저, 수가 어떤 일에 쓰이는지를 알아야 한다. 수가 있는 곳은 수가 쓰이는 곳일 테니까. 초등학생이 알아야 하는 ‘수의 쓰임’은 세 가지이다. 첫째, 수는 무엇의 개수나 분량을 헤아리는 일에 쓰인다. 즉, 한 개, 두 개, 세 개...(기수. 둘째, 수는 무엇의 순서를 나타내는 일에 쓰인다. 즉,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서수. 셋째, 수는 구별을 표시하는 일에 쓰인다. 즉, 지하철 3호선, 시내버스 772, 우편번호 03124...(다름의 표시. 이런 ‘수의 쓰임’의 의미를 이 책은 수들의 회장 뽑기 이야기로 풀어낸다. 1부터 9까지의 수들이 빈 교실에 모여서 회장을 뽑는다. 그중 9, 1, 7이 자신의 ‘수의 쓰임’의 장점을 내세워 회장이 되겠다고 나선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슬며시 0이 나타난다. 수들은 매우 독특한 친구인 0을 통하여 수의 크기가 무한히 커질 수 있는지를 깨닫고, 자릿수라는 개념도 알아차리게 된다.
수학 공부가 지겨워지는 까닭
이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이 책은 독자에게 넌지시 생각 거리를 건넨다. 즉 ‘없음’을 뜻하는 0의 존재와 그 쓰임새를 독자에게 생각하게 한다. 바로 그 지점이 수학의 매력으로 빠져드는 길목이다. 그 길목에서 잠시 생각 거리를 머릿속에 쥐어보는 활동이 진짜로 수학 하는 즐거움이다. 수학은 인류에게 그렇게 탄생했고 진전되어 왔다.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진짜 목적은 그저 시험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지 않다. 그러면 수학 하는 재미도 없을뿐더러 어른이 되어서도 연산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교과목으로 남을 따름이다. 하지만 원래 수학은 세상 만물의 물리적 이치를 논리로 정리해 놓은 학문이다. 그 이치와 진리를 시험문제 풀이의 도구와 목적으로 받아들이고 말면 수학 공부는 지겨워진다. 반면에, 수학 속의 여러 이치를 조금 복잡한 이야기를 읽듯 하나하나 새로운 발견으로서 매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