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곳
그린이는 오늘도 엄마 등쌀에 아빠와 산책에 나섭니다. 요즘 엄마는 그린이만 보면 살이 쪘다며 구박입니다. 그게 다 엄마가 밥을 맛있게 지어 준 탓인데 말이지요.
그린이와 아빠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동네를 한 바퀴 돕니다. 그러다 편의점 앞에 이르자, 그린이가 목마르다며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지요.
그린이는 콜라를 사 달라며 조르지만, 아빠는 좀처럼 들어주지 않습니다. 탄산음료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서 안 된다나요. 그런데 바나나우유를 사 달라고 조르자,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못 이기는 척 사 줍니다. 아무래도 아빠는 바나나우유에 얽힌 특별한 추억이 있는 모양입니다.
다음날, 그린이는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 1+1 행사하는 것을 보고 아빠를 떠올립니다. 엄마 몰래 아빠랑 나눠 먹을 생각으로 바나나우유를 사고, 남은 돈으로 고래별까지 사서 나오려 할 때였지요. 주인 아주머니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가게를 좀 봐 달라지 뭐예요. 그런데……
아주머니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어디선가 나비 떼가 팔랑팔랑 날아들더니, 편의점이 낯선 시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딘가 낯익은 아이가 그린이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곳
김영진 작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생생하게 그림책에 담아 왔습니다. 아이들은 그의 그림책 속에서 자신과 가족, 친구와 이웃의 모습을 발견하며 기뻐하곤 합니다. 그런 발견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아빠, 그것도 아빠 속의 어린이를 불러내 아이들과 마주하게 합니다. 편의점의 마법으로 눈높이가 같아진 아빠와 아이는 마음껏 웃고 마음껏 뛰놀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아빠와 지치도록 놀고 싶은 아이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비단 아이만의 바람일까요? 아마 아빠들도 어린 아빠가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