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일까? 고양이일까? 어호옹! 옆에 있는 고양이에게 묻고 싶어진다. 너 사실 호랑이지?
두 개의 다른 얼굴이 마치 하나인 듯 정면으로 응시하는 표지가 눈길을 끈다. 『굶주린 호랑이』를 읽고 나면 지금 옆에 고양이가 있다면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혹시 정체를 숨기고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는 아닐까? 하면서.
이 책은 숲을 호령하던 호랑이가 무자비한 인간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오로지 살고자 도망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황량한 사막까지 내몰린 호랑이에게 먹을 거라곤 손톰만한 벌레뿐이다. 밤에는 춥고 낮에는 더운 사막에서 입에 풀칠도 하지 못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던 호랑이는 그만 쪼그라들고 쪼그라들었다. 호랑이로서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이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나그네가 가엽게 여겨 집으로 데려간다. 이제 호랑이는 자신의 처지를 알아 귀엽게 골골거리는 고양이인 척하며 나그네의 집에 자신을 의탁하고 있다. 그러다 간혹 표호한다. 어호옹!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저마다의 깊이로 다가가는 이야기
책을 읽을 때는 웃기다. 굶주림에 쪼그라들어 고양이로 변하는 호랑이가 귀엽고 앙큼하며 단순하게 웃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후에는 애잔하다. 고양이로 나그네의 집에서 배고픔 모르고 살고 있으나 숲속에서 군림하던 호랑이의 포효를 잊지 않고 있는, 그러나 그 웅장한 울음을 더는 낼 수 없는 그런 존재로 고양이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라는 이중독자를 가진 매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겐 고양이를 바라보며 웃기는 상상을 한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며, 어른들에겐 애잔했던 과거의 어느 한 때 또는 지금 웅지를 펼치지 못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호랑이와 고양이, 그 둘을 하나의 존재로 엮어 단순하고 웃기지만 강렬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또 누군가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이중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재미나고 묵직한 그림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림에 녹여낸 넘치는 위트에서 확장되는 의미
앞면지에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