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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동행 : 나무 사진집 (양장
저자 고규홍
출판사 올림
출판일 2010-06-15
정가 50,000원
ISBN 978899302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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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허락하는 순간, 셔터를 누르다

처음엔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우뚝하니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는 일, 그냥 좋았다. 야릇한 건 나무를 바라보고 돌아온 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무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리움이었을까? 그래서 찾아갔고, 또 다른 나무를 찾아 길 위를 헤맸다.

나무에 미쳐 길을 나선 지 12년. 돌아다닌 거리만 지구 열 바퀴가 훌쩍 넘고 찍은 사진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긴 시간, 먼 거리에도 그는 외롭지 않았다. 그의 곁엔 항상 ‘그저 바라만 보아도 한없이 좋은’ 나무가 있었으니까.
나무 사진집 《동행》은 이 땅의 나무를 누구보다 사랑한 한 인간의 오랜 발자취이자 그가 나무와 접속한 순간의 기록이다. 그는 나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틀 무렵부터 해질녘까지 주저앉아 있기도 하고 몇 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가 마음을 내보이는 순간, 그는 셔터를 눌렀다.

숲에 들어서면 사람도 나무가 된다

나무를 따라 숲에 들어서면 사람도 나무가 된다. 나무의 뜻을 따라 숲 사이 오솔길을 걸어 오르면 푸른 나뭇잎 따라 걸음걸이까지 푸르러진다. 숲은 평화가 깃드는 요람이다.
나무에 말을 걸기 위해 휘파람을 분 이는 르 클레지오였다. 하지만 나무는 아무에게나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나무는 그만의 방식으로 접속을 허락하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나무는 사람보다 먼저 있었다. 사람은 나무에 기대어 생명을 얻고 생각을 키웠다. 머무는 자리마다 나무를 심었다. 긴 세월, 사람과 나무는 그렇게 더불어 살았다.
나무는 언제나 사람에게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혹은 듣지 않았다.

사람이 나무와 접속하기 어려운 건 사람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때문이다. 사람의 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나무를 바라보아야 한다. 사람의 잣대로는 가늠할 수 없는 긴 세월을 살아온 나무와 접속하려면 오래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세상살이의 욕심과 계산을 모두 버린 채, 그저 고개를 꺾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