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과 가게 한구석에서
‘잡’이라는 글자
반경 1미터
잡화의 은하계
조금만 달라도
영자 신문
이것은 책이 아니다
예고된 잡화의 기록
집으로 가는 길
잡화의 가을
아직 음악을 듣던 시절
오프 시즌
홋토포
2
도구고
길가의 신
천의 키치
천의 쿤데라
11월의 골짜기
속됨과 속됨이 만날 때
현악 4중주곡 제15번
새어 나오는 멋
3
한계 취락
배 밑바닥의 구조 모형
파리아적, 브라카만적
슬픈 열대어
유령들
마지막 레고들의 나라에서
낙엽
해설―조그맣고 느긋하고 허무한 도망
옮긴이의 말―떠내려가고 있음을 감각하기
“세상의 모든 물건이 잡화로 보이기 시작했다.”
취향, 트렌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가장 솔직한 고백
보통 ‘잡화’라고 하면 일상에서 쓰는 잡다한 물건을 뜻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잡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잡화란 잡화감각에 의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 그러면 잡화와 잡화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인 ‘잡화감각’은 또 무엇일까. 잡화감각이란 “사람들이 잡화라고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정하는 개념”으로, 구체적으로 풀어보자면 ‘이미지의 차이’에 의해 물건을 고르는 감각이다. 저자는 지금의 시대를 이렇게 진단 내린다. 모든 물건은 잡화감각에 의해 잡화화 되어가는 중이라고.
예를 들면 가위나 망치와 같은 ‘도구’도 ‘멋지거나 재미있거나 아름다운’ 외양이 덧씌워지면 잡화감각에 의해 잡화가 될 수 있다. 본래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잡화라는 이름을 획득한 경우다. 한편, 공사 현장에서 도장할 때나 쓰이던 마스킹 테이프가 ‘귀엽다’고 새로이 인식되어 언젠가부터 공사장을 벗어나 이곳저곳에 쓰이기 시작한 것도 ‘잡화화’의 한 조류라 볼 수 있다. 잡화감각에 따르면 책도 물론 잡화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커피 테이블 북(그리고 커피 테이블 북을 따라 한 가짜 ‘책’은 물론, “내용이 아니라 표지나 띠지, 서체를 기준으로” 소설을 고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잡화화의 급속한 물결은 인터넷의 발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현상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취미와 취향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서로의 인정 욕구를 채우던 시스템은 SNS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좋은데’, ‘귀여워’, ‘훌륭해’, ‘멋있어’, ‘예뻐’”와 같은 마음의 소리가 점점 온라인 공간에 흡수되어간다. 그것은 공유되어 잡화감각이라는 거대한 집단의식의 구름 덩어리를 만들어간다.”(본문 중
잡화감각에 잠식된 세상에서 나만의 고유한 취향, 특정한 물건에 대한 남다른 기호를 고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롯이 내 선택이라며 믿어 의심치 않으나, 점심에 마실 커피, 저녁 데이트 때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