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을 바라본 옹고집,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하다
옹진골에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옹고집. 이름만큼이나 고집이 센 인물로 뭐든 자기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남들 좋은 꼴은 절대로 보지 못한다. 어찌나 심보가 고약한지 어머니에게 여든 넘게 살았으면 살 만큼 살았다며 구박을 일삼고, 머슴들은 잠시도 쉬지 못하게 부려 먹는다. 어디 집안사람들만 괴롭힐까. 동냥을 얻으러 온 사람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기는커녕 때려 내쫓고, 이웃 사람들을 이간질해 싸움 붙이기 일쑤다.
이런 고얀 놈을 두고 볼 수 없던 학 대사는 헛옹고집을 만들어 옹고집의 집으로 보낸다. 갑자기 옹고집이 두 명이 되어 온통 아수라장이 된 집안. 가족들이며 친구며 누구도 진짜 옹고집을 가리지 못하는데!
이 책의 묘미는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장면에 있다. 옹고집이 상대할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과 똑 닮은 헛옹고집. 그간 주변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인색하게 군 탓에 옹고집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 부인과 며느리가 옹고집의 특징이랍시고 얘기하지만 헛옹고집이 도술로 증거를 제 몸에 옮겨 놓자 헛수고가 되고 만다. 아들과 친구 또한 진짜를 가릴 방법이 없다며 다른 이에게 떠넘긴다. 옹고집 또한 자신을 제대로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사또 앞에서 고작 제 이름과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름을 말할 뿐 부인의 성씨가 무엇인지, 세간살이가 무엇이 있는지 하나도 말하지 못한다.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살아온 옹고집답다.
사람답게 사는 것의 의미를 조명하다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 옹고집은 가짜로 내몰려, 집에도 고을 근처에도 얼씬 못 하게 내쫓긴다. 쫓겨난 이후의 삶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옹고집은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 먹던 밥상 대신 표주박 하나 들고 다니며 밥을 구걸하는 신세가 된다. 잔반을 서로 먹겠다고 고양이와 다투게 될지 누가 알았으랴. 게다가 과거 동냥 온 사람들을 매질해 쫓아냈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이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