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하세요?
처음으로 바다에 마음을 열고 온몸으로 바다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인 휴가.
바닷물을 어항에 담아 가지 않고도 ‘나만의 바다’를 갖게 된 아이.
“바다의 시간은 늦는 법도 없고, 급히 서두르는 법도 없어. 누가 누가 빠른가 겨루지도 않지.”
아이에게 바다는 그림이나 사진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푸른 배경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좋아하게 된 뒤에는 이제껏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바람이 일으킨 잔물결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새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며 파도의 리듬을 느껴봅니다. 바위에 앉아 해수면에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며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바다는 아이만의 특별한 장소가 됩니다. 아이는 바다에 누구나 부르는 이름 말고도 “나 혼자 속으로 부르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어. 바다를 담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아이는 바다가 너무 좋은 나머지 바다를 갖고 싶어졌어요. 어항에 바닷물을 담아 집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나만의 바다가 있다면 내 생각들을 거기서 마음껏 헤엄치게 할 텐데.” 하지만 오빠는 바닷물을 자꾸 퍼 가면 바다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립니다.
아이는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생각에 잠깁니다. 바다가 없으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알록달록한 산호는 색이 바랠까요? 바닷속에 살던 고래와 흰동가리, 불가사리는 어디로 갈까요?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바다, 모두의 바다이기도 한 ‘나만의 바다’를 간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만의 바다, 나만의 추억
아이가 바다와 교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눈부신 햇살, 뜨거운 모래, 예쁜 조개껍데기, 푸른 물결, 파도의 리듬, 은근한 짠내가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아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면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경이로운 자연을 마주한 기억, 갓 다녀온 휴가의 여운, 다가오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