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먹는 모습을 매일 보고 싶어졌다
유진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열심히 해야 마음이 편하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분명해서 학교를 좋아한다. 이상형은 매사에 완벽한 사람…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그런데 같은 반 최희원을 좋아하게 되었다. 교실에서 추리소설을 읽고, 휴대폰이 없고, 점심시간엔 도시락을 들고 사라지는 최희원. 우연히 나눈 대화에서 최희원은 유진에게 고기를 못 먹는다고 말한다. 밀가루를 못 먹는 사람도 땅콩을 못 먹는 사람도 있으니 고기를 못 먹는 사람도 있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유진은 새삼 급식표를 보고 깨닫는다. 급식에 고기가 전혀 안 나오는 날은 거의 없고, 채식의 날은 한 달에 한 번뿐. 최희원은 급식을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 것이다! 매점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는 최희원을 보며 유진은 억울해한다.
최희원은 묵묵히 도시락을 먹었다. (… 꼿꼿하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 아주 느긋하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그 모습만 내내 구경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왜 저 모습을 매일, 급식실에서 볼 수 없는 거지? (48쪽
『브로콜리를 좋아해?』는 유진의 설레는 사랑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유진이 고기를 덜 먹기 시작한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이 밥 먹는 모습을 매일 보고 싶고, 그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아서다. 이 소박한 이유는 어떤 지식이나 논리보다 자연스럽게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더 궁금해지고, 더 가까워지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니까. 그런데 최희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유진의 세계는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진다.
급식실에서 도시락 먹는 아이들의 그다음 걸음은?
결국 유진은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하고, 수현과 함께 매점에서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엉겁결에 도시람 모임이 탄생한 것이다. 그 이후로 유진의 눈에 많은 것들이 들어온다. 식단표에 빼곡한 고기는 시작일 뿐이다. 늘 지나는 대로변엔 삼겹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