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풀 내음 가득한 여름 숲으로 오세요.”
조금은 지친 당신에게 건네는 초록색 쉼표
높은 빌딩과 소음으로 가득한 회색 도시에서 살다 보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자연을 느낄 여유도 없이 하루를 보내곤 한다. 그럴 때면 나무와 풀이 울창한 여름 숲을 떠올려 보자. 바람이 숲속을 빙빙 맴돌고, 버드나무 가지가 살랑 흔들며 인사하는 곳, 새들이 지저귀고 나비들이 날갯짓하는 아늑한 세계. 여름 공기가 조금 무겁게 느껴질 때쯤엔 햇살 속에서 시원한 여우비가 내리고, 비를 품은 맑은 숲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여름, 숲』은 일상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초록의 스펙트럼을 한껏 펼쳐 놓고 우리를 한순간에 푸르른 여름 숲 한가운데로 데려다주는 그림책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초록이 서서히 물들어 은은하게 퍼져 우리 삶 속에 초록색 쉼표를 찍어 준다. 바쁘게 걷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싱그러운 숲에서 쉬어 가라고 가만히 속삭인다.
”우리 친구 할래?”
서서히 물들어 가는 너와 나
모두가 졸고 있는 여름 숲, 초록 고양이는 홀로 커다란 숲속을 거닌다. 햇볕을 쬐는 것도, 호수에 들어가 수영하는 것도 혼자다. 어느 날, 한 소녀를 마주친 이후 고양이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마음의 충만함을 느낀다. 처음 발견한 초록 세상으로 한달음에 뛰어드는 소녀의 모습이 자신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마음을 알아챈 소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춤추며 정중하게 인사한다. 모든 것이 고요한 숲속에서, 둘은 친구가 된다.
『여름, 숲』은 초록 세상에서 펼쳐지는 둘의 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시작부터 맺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냈다. 언제나 혼자였던 고양이가 소녀와 함께 숲을 달리자 따뜻한 햇살이 고개를 들고, 둘이 호수로 뛰어들자 잠든 숲이 푸르게 깨어난다. 고양이가 소녀의 곁에 자리하고 앉아 가만히 몸을 눕히자 여름 하늘은 찬란하게 빛난다. 이처럼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어주지 않던 고양이가 점차 소녀에게 마음을 열어 가는 모습은 독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가닿아 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