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치고 애원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세상에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자의 수는 2018년과 비교해 70% 늘어났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늘어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걸맞는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아직도 동정과 연민, 차별을 숨긴 시혜적 시선을 ‘착한 마음’이라고 착각하고 있진 않을까?
『세상의 모든 연두』 속 채아는 연두가 약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주변의 친구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친구가 아프고 예민할 때 걱정해 주고, 밥을 천천히 먹는 친구에게 급식 줄을 양보해 주는 것처럼 딱 그만큼의 배려. 그것이 너와 나의 다름을 포용하고 조화하며 살아가는 태도라고 이야기한다.
연두와 채준이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조화를 이룬 ‘우리’ 말입니다. -창작 노트에서
민경혜 작가는 연둣빛 여린 새싹은 잎이 되고, 줄기가 되고, 나무가 될 수 있지만 사실은 꼭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며 모두의 마음을 다독인다. 백조가 되고 싶지 않은 소설 속 연두의 ‘미운 오리 새끼’처럼, 다름은 틀림이 아니기에 ‘옳은 것’으로 맞추어 가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연두’를 비추어 주는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을 만나게 될 테니까.
줄거리
채아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오빠를 떠올리면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다. 그땐 모든 게 싫었다. 오빠를 두고 수군거리는 목소리도, 동정 어린 시선도, 오빠가 죽었을 때 ‘어쩌면 너에게는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말을 위로랍시고 건넨 절친 주희도, 무엇보다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 오빠를 그저 창피하게만 생각했던 자신도.
어느 날, 채아의 절친인 우빈이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