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고처럼 대답하기
리고는 나이가 많고 지혜로운 표범입니다. 오랜 시간 동물원 우리 안에서 살아왔죠. 세월은 흘렀고 감각은 무뎌졌고 리고에게 세상은 어느새 설레기보다 뭉클한 곳이 되었습니다. 리고는 많은 것을 경험했지만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극히 일부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보던 것을 다시 보게 되고, 알던 것을 다시 알게 되는 일의 반복이 곧 삶이라는 것도요. 리고는 로사가 가져오는 창살 밖 이야기와 변화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로사의 질문에 숙고합니다. 로사의 생각이 덜컥 끝맺어 버리지 않도록 질문의 공을 계속 받아 올려 줍니다. 덕분에 생각은 더 커지기도 하고 더 깊어지기도 하며 엉뚱하고 새로워지기도 합니다. 생각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생각의 묶음이 생깁니다. 생각의 묶음이 하나씩 쌓이면 생각의 길이 납니다. 그러면 생각의 길 위에서 세상과 삶을 바라볼 수도 있게 됩니다. 로사의 머릿속에서 튀어 오르던 생각의 퍼즐 조각들이 리고와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그림으로 맞춰집니다. 얼개를 갖춘 생각은 힘이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선명합니다. 혼란스러울 때 꺼내어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눈이 환해집니다. 이를 관점,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리고와 로사처럼 생각하기
리고와 로사는 서로 다릅니다. 리고는 크고 로사는 작습니다. 리고는 늙었고 로사는 어립니다. 리고는 힘이 세고 로사는 약합니다. 리고는 갇혀 있지만 안전하고 로사는 자유롭지만 위험합니다. 같은 별, 같은 꽃, 같은 천둥소리에도 둘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리고와 로사는 언제나 생각을 나누어 왔습니다. 생각을 나누는 동안 리고는 로사의 예민하고 섬세한 세계를 여행했고 로사는 리고의 따뜻하고 묵직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생각이 같아지기도 했고 여전히 생각이 다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의 생각을 여행하며 각자의 생각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표범의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생쥐와 생쥐가 범접해서는 안 되는 맹수가 이토록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