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돌 하나가 온몸으로 품어 온
수천 겹의 이야기
콩이 무럭무럭 자라고 새가 알을 깨고 날아가는 동안
나는 여기에 있어요
여기 돌 하나가 있다. 돌은 오늘 백만 번째 아침을 맞았다. 모두에게 공평한 하루하루가 지나는 동안, 콩은 무럭무럭 자라고 새는 알을 깨고 날아간다. 돌은 그 자리에 가만있는 듯하지만, 가만히 있지 않다. 자신을 둘러싼 고요하고도 역동적인 매 순간을 목격하고 땅을 흠뻑 적시는 빗소리, 무거워진 하늘과 따가운 햇빛, 나비의 떨림을 느낀다.
스스로 말하고 듣는 돌의 말 속에는 오고 가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초연한 태도와 백만 년이나 살아왔음에도 순간순간을 새롭게 보는 마음이 모두 들어 있다. 그 목소리는 문득 경계를 허물고 우리의 삶 속으로 가깝게 다가와 어제, 지금 여기,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까지를 새로이 감각하게 한다.
다양한 재료와 스타일을 포개어 완성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겹겹의 역사
지우 작가는 돌의 시간과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층위의 재료, 텍스처를 활용해 새로운 그림 스타일을 완성했다. 백만 살이 된 돌이 보내는 백만 년 일 일부터의 하루하루를 촘촘히 나누어 전개하는 전반부에서는 기하학적인 패턴과 계산된 그래픽, 노이즈를 한 겹씩 덧대어 조금씩 변화하는 나날의 고유함을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또 상황마다 들뜨고, 놀라고, 때론 침잠하거나 감동하는 돌의 감정은 서사에 재미있는 리듬감을 부여하며 독자를 몰입하게 한다.
돌이 큰 판형을 꽉 채우는 새까만 땅속으로 끝없이 내려가기 시작하며 시간의 개념이 변한다. 무한하게 흐르는, 가늠할 수도 없는 긴 시간 속에서 돌은 나뉜 프레임을 사이를 쉼 없이 오르내린다. 구아슈를 활용해 그린 땅의 질감은 역동적인 운동성과 육중한 무게감이라는 상반된 특질을 동시에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펼쳐지는 돌의 시간을 손으로,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새 그 시간의 구체적인 이름들이 장면을 가득 채운다. ‘이른 아침 땅의 숨결, 대한 의병의 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