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9일 예루살렘 10
날아가는 비둘기들을 보다 17
희망의 유리병 하나, 편지 한 통 24
답장 34
자신과 다투기 42
왕들의 광장에서 울린 세 발의 총성 49
그리고 기차는 갑자기 멈췄다 56
권태와 싸우기 64
사이버 친구? 72
탈 81
예루살렘에서 가자를 지나 할리우드까지 90
가자맨 96
누군가의 이름이 선물이 될 수 있다니 103
나임 113
모든 걸 얘기할 순 없어 119
산산조각 나다 128
가자에는 다람쥐들이 살지 않는다 136
큰 8자에서 빙빙 돌다 내려오기 146
평화는 미친 사람들에게로 155
에탄의 고백 162
따뜻한 점퍼 170
이제야 모든 걸 177
옮긴이의 말 193
2024년 개정판 독자들에게 204
우리들이 서로를 알아야 할 수천 가지 이유
“제발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기회를 줘.”
가자 지구에는 무차별 테러와 폭격, 파괴된 학교 건물과 병원, 울부짖는 부상자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도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꿈꾸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삶에 대한 애착과 평화에 대한 갈구는 이스라엘인이나 팔레스타인인이나 똑같지 않을까? 그래서 탈은 포기하지 않고 1995년 이스라엘에서 열린 평화 시위를, 그곳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보여주었던 믿음과 기대를 이야기한다. “내게 답장을 보냈으니 난 바로 거기에 의미를 두려고 해. 제발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기회를 줘.” 우여곡절 끝에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탈은 봉쇄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청년 나임의 슬픔과 절망을 이해하고 나임은 폭탄 테러에 휩쓸린 탈의 안위를 걱정한다. “제발 내 부탁을 들어줘. 살아 있어 줘. 무사해 줘.”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이들 사이에 증오와 폭력이 자리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자에 띄운 편지』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을 제안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은이들이 해묵은 증오의 감정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탈과 나임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상처와 불안을 극복하고 더 깊은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이르면 3년 뒤 로마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로맨스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탈과 나임이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삶을 보다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후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발레리 제나티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2003년 9월 9일 오슬로 협정 10주년이 되던 해에 자행되었던 폭탄 테러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사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폭발음을 듣게 되고 전쟁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써내려간 작품이다. 이스라엘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작가는 “각자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면 상처들이 나아질 수도 있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