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당시 9.97의 놀라운 평점으로 독자들까지 현혹시킨 홍작가의 《현혹》 단행본 출간!
오랫동안 비밀을 간직한 채 은둔의 삶을 살고 있는 여인, 저주 받은 운명에 맞서는 고독하고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아무도 믿지 마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1935년 경성, 한 무명의 화가에게 70대 여성의 초상화 의뢰가 온다.
그렇게 의뢰인의 집에 간 화가는 70대가 아닌 20대의 외모를 간직한 여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여성의 의뢰는 지금 모습을 기준으로 70대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달라는 것. 화가는 상황이 황당하지만 눈앞의 여성이 의뢰자의 손녀나 어린 친척쯤 될 거라 생각하고 작업에 들어가고, 전에 초상화를 담당했던 화가가 남긴 듯한 메시지를 발견한다.
‘절대로 그림을 완성하지 마시오.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것이오.’
밤마다 울리는 이상한 소리, 의문의 핏자국, 사라지는 사람들….
시간이 지날수록 밝혀지는 여인과 주변인물들의 정체, 그리고 어느새 여인에게 현혹된 화가의 이야기.
〈현혹〉은 인간으로 평범하게 살다가 잊혀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유럽에서 시작된 몹쓸 질병이 어떻게 대륙의 끝 한반도까지 흘러 들어왔을까를 상상하며 구상하였다고 한다. 다국적 외국인의 천국으로도 불렸던 ‘모던 도시’ 1800년대의 상해와 1900년대 개화기 조선을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초상화를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초상화 그림이 주는 독특한 공포와 그로테스크한 묘한 매력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신비하고도 스산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여사님은 왜 그렇게 미련한 짓을 하신 걸까요?”
“사랑하면 실수하는 법이야. 많이 사랑하면 많이 실수하지.”
“사모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아니, 가장 큰 실수는 사랑하지 않는 거야.”
(3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