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집으로 곱씹는 명대사, 명장면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대본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6월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12부작 드라마 「돌풍」은 눈이 다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전개, 뇌가 하는 예측을 보란 듯이 벗어나는 반전의 반전, 귀가 아니라 가슴에 꽂히는 대사, 저마다 다채롭게 타락한 권력자들에 대한 묘사까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밤샘도 불사하게 만드는 몰입감으로 올여름 한국 사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 듣는 쾌감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확실한 박경수 대본은 그야말로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다. 시의적절하게 인용하는 시구나 고사, 경구 등은 박경수 극본만의 특징으로, 그가 왜 배우들이 선호하는 작가이자 작가들의 작가 불리는지 확인시켜 준다. 품위 있는 동시에 타격감 넘치는 대사들로 인해 박경수 드라마에는 항상 명장면과 명대사가 쏟아진다. 이번 작품 역시 등장인물 모두가 명언 제조기라는 점에서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무색하다.
대본집 『돌풍』은 영상을 통해 즐겼던 속도감에 활자의 맛을 더해 명대사와 명장면을 곱씹으며 드라마 「돌풍」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돌풍」이 한국 사회에 던진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이응준 소설가의 추천의 말, 「돌풍」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극중 인물들에 대한 박경수 작가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가의 말 등은 대본집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매력이다. 올여름, 대본집 『돌풍』을 읽고 소장하는 것은 스스로가 이 뜨거운 드라마의 감독이 되어 완전한 「돌풍」을 감상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박경수표 정치스릴러
박경수는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 등 완성도 높은 대본으로 정평이 난 드라마 작가다. 작가에 대한 팬덤이 본격화된 건 「추적자 THE CHASER」부터다. 2012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거대 권력에 맞서는 소시민의 분투를 폭발력 있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