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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고병문 농사 일기 - 한사람 생활사
저자 이혜영
출판사 한그루
출판일 2024-06-30
정가 20,000원
ISBN 979116867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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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농경사회의 마지막 일기…06

1964년
5월, 보리 익어가는 봄…16
6월, 보리가 쌀이 되는 여정…46
7월, 하늘을 읽는 조 농사…76
8월, 제주의 마음, 메밀…102
9월, 촐 베는 날들…126
10월, 조가 익고 술이 익는 계절…150
11월, 보리 갈 때가 되었구나…170
12월, 숯 굽는 겨울…192

1965년
1월, 겨울 일거리…214
2월, 겨울에 세상을 등지고…230
3월, 수눌어 김매고, 수눈값 갚아 김매고…246
4월, 일어서는 봄…268

[부록] 고병문 농사 일기 원본…284
이 책은 고병문의 농사일기에서 1964년 5월부터 1965년 4월까지 1년간의 일기를 싣고, 주요 항목마다 세심한 각주를 달았다. 또한 달마다 ‘물의 공동체’ ‘닭 잡아먹는 날’ ‘갈옷 만들기’ ‘소와 밭담’ ‘오메기떡과 고소리술’ ‘땔감 전쟁’ 등 일기의 배경이 되는 제주 농경사회와 전통문화 등에 따른 해설을 붙였다. 책의 말미에는 고병문의 일기 원본을 함께 실었다. 저자는 “수천 년 쌓아온 농경사회의 지식을 부지런히 기록하고 저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고 그만큼의 속도로 과거와 단절되는 지금, 마지막 농경사회의 모습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사라지는 지금, 시간이 별로 없는 지금이지만 “우리의 심성과 습관과 언어의 뿌리는 거기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병문의 일기를 만난 것은 4년 전이었다. 고병문 삼춘 내외는 마을에서 신망이 높은 어른들이다. 외지에서 들어와 마을일 거들고 하는 나를 따뜻이 보살펴 주셔서 댁에 놀러 다니기도 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간간이 들어오던 사이였다. 2020년 1월 새해 인사를 드리려고 삼춘댁에 들렀다가 여느 날처럼 옛날 농사짓던 이야기를 여쭙던 중이었다. “그거 옛날 일기에 적어둔 게 이실(있을 건디….” 하시는 거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일기를 가지고 있으시냐고 했더니, 병문이 삼춘은 먼지 쌓인 창고도 아니고 작은방 서랍에서 무심히 꺼내오셨다. 그렇게 이 일기를 만나게 되었다.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다 이렇게 산 건디, 무사(왜 이런 얘기를 듣젠(들으려 하느냐.”고 멋쩍어 하시는 고병문 삼춘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2020년 2월부터 1964~65년의 일기 공부가 시작되었다. 2월이면 제주도 시골은 귤농사 준비로 바빠지는 때다. 귤나무 가지치기, 밭담 정비, 약 치기, 비료 뿌리기 등등으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주말에는 시내에 사는 아들이 와서 같이 하지만 대부분 80대 노인 내외가 해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수업시간은 일 못 하고 집에서 쉬는 ‘비 오는 날’이 되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