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놈들을 당장 잡아 오너라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 때문에 하늘나라는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었어. 그래서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하늘나라 임금님이 소리쳤지. “어처구니 놈들을 당장 잡아 오너라!” 임금님은 어처구니들에게 무시무시하고 못된 귀신 ‘손’을 데려오면 죄를 용서하겠다고 했어. 그래서 어처구니들은 궁리 끝에 손을 잡을 좋은 방법 하나를 생각해냈지. 입이 두 개인 이구룡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서 손을 꼬득여, 저팔계가 만든 청동그릇에 가까이 오게 했어. 사화상이 채워 넣은 물은 손의 얼굴을 비췄지. 손이 자기 얼굴을 보고 놀라서 몸이 뻣뻣하게 되자 틈을 타서 손행자는 엄나무로 만든 밧줄로 꽁꽁 묶고 연에 태워 하늘로 보냈어. 아차, 그런데 꾀를 부리고 중간에 두릅나무를 섞어서 밧줄을 만들었거든. 엄나무라야 귀신을 꼼작 못 하게 하는데……. 꾀쟁이 손행자 때문에 결국 어처구니들은 손을 놓치고 말았단다. 어처구니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하늘나라 임금님이 모두 잡아다가 궁권 추녀마루 끝에 올리고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게 했대.
현존해 있는 잡상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며 더욱 실감이 나면서 흥미롭다. 더구나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흘러가는 문체는 말맛이 살아서 읽기에도, 듣기에도 편하다. 뚜렷히 전개되는 기승전결의 구성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또 어처구니의 각 캐릭터의 익살맞고 능청스러운 성격이 드러나 있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 맨 뒷장에는 어처구니, 손, 엄나무 등의 객관적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놓아 그림책 이해에 도움을 준다.
현대적이면서 전통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그림
눈, 입, 손과 발 등 어처구니들의 장난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동작으로 각각의 개성을 잘 살려냈다.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인, 우리 고유의 청,백,적,흑,황으로 각각 다섯 캐릭터를 표현해 단아함을 더해준다. 또 배경으로 고구려 벽화 문양이 인용되거나, 단청의 무늬, 임금님 옷의 문양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요소들도 곳곳에 표현되었다. 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