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7
레비 R. 브라이언트의 서문 14
약어표 24
1 서론 27
2 은혜 이식하기 32
3 은혜 35
4 음모론 40
5 실험적 형이상학 44
6 증식 49
7 형이상학적 민주주의 56
8 방법론 63
9 평평한 존재론 69
10 국소적 구성 74
11 다마스쿠스에의 길 79
12 비환원의 원리 84
13 초월 90
14 탈소재된 은혜 95
15 저항적 이용 가능성 101
16 행위성 111
17 번역 118
18 표상 122
19 인식론 131
20 구성주의 136
21 고난 144
22 블랙박스 152
23 실체 157
24 본질 161
25 형상 165
26 주체 170
27 참조 175
28 진리 182
29 해석학 189
30 실험실 196
31 과학과 종교 203
32 믿음 211
33 성상 사랑 218
34 신 225
35 진화 230
36 도덕 236
37 은혜의 두 얼굴 241
38 영 248
39 기도 254
40 현전 260
41 결론 265
참고문헌 267
찾아보기 269
신학, 브뤼노 라투르와 만나다
애덤 S. 밀러의 『사변적 은혜』는 브뤼노 라투르의 저작을 활용해 전통적인 유신론적 세계관 바깥에서 신학에 접근하려고 한다. 라투르의 선구적인 작업은 일상적인 우주를 구성하는 객체들의 힘, 제한성,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그 분석은 객체의 행위성을 무대 뒤 혹은 아래에서 작용하는 힘이나 무대의 외부에서 무대를 설계하는 시계공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라투르의 작업은 무대의 바닥을 연기하는 어떤 익명의 힘의 장이나 시계공을 연기하는 초월적인 신에 의지하지 않는 비신론적 연극을 연출한다. 밀러는 라투르의 이러한 비신론적 연극을 활용하여 역설적인 방식으로 신학의 연극을 펼친다.
특히 밀러는 은혜라는 개념을 유신론적 플랫폼에서 객체지향 플랫폼으로 이식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식한다는 것은 다른 플랫폼 혹은 다른 운영체제에서 사용하기 위해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수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제-특정적 코드 구간을 다시 작성한 다음 새 플랫폼에서 프로그램을 재컴파일해야 한다. 컴파일은 간단히 말해서 한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어떤 개념을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한다는 것은 그 플랫폼에서 사용하기 위해 그 개념을 둘러싼 코드를 수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밀러가 ‘은혜’라는 개념에 수행하는 작업이 바로 이러한 컴파일이다.
밀러는 은혜가 초월적인 신의 무조건적 선물이 아니라 모든 객체에 내재하여 있다고 말하면서, 라투르주의적인 컴파일을 수행한다. 밀러는 모든 물질적 사물을 비롯한 모든 객체로부터 은혜가 방출된다고 상상한다. 모든 객체에 은혜가 내재하여 있는 상황 속에서, 작업과 고난, 행위성과 악의 표현은 객체들의 민주주의 속의 동등한 객체들이 연출해내는 상호작용으로부터 발현된다.
객체의 두 얼굴 : 저항적 이용 가능성
그러나 밀러가 은혜를 이식하려는 플랫폼을 특정하지 않는다면 이식 작업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