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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저자 박상현
출판사 어크로스
출판일 2024-06-03
정가 19,800원
ISBN 979116774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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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주 오래된 습관

1부 여자 옷과 주머니- 얼마나 많은 차별이 무지에서 비롯되는가
세상의 모든 멜라니들
센트럴파크의 탐조인
여자 옷과 주머니
완톤 폰트
캐스터 세메냐의 정체
코드 스위치
완벽하지 않은 피해자
메리 포드의 결격 사유

2부 친애하는 슐츠 씨- 인류의 낡은 생각과 이에 맞선 작은 목소리들
상식적인 남자들
친애하는 슐츠 씨께
세상을 바꾼 여름 캠프
낯선 모습의 킹 목사
정신력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트렁크에 들어간 여배우
진정한 전문가
“저는 해결책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관습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의
기준을 만들어간 사람들

‘스누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만화가 찰스 슐츠는 1968년 흑인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한 직후 해리엇 글릭먼이라는 여성으로부터 편지를 한 장 받는다. 슐츠가 그리는 백인 아이들 일색의 만화 <피너츠>에 흑인 아이 캐릭터를 넣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미국 사회가 인종 간 갈등을 극복하는 데는 아직도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슐츠의 그림을 보고 자란 아이들의 태도와 인식 변화에 매스 미디어, 그중에서도 슐츠의 그림이 큰 역할을 할 거 같다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슐츠는 단순히 흑인 캐릭터 하나를 넣는 것은 흑인 이웃을 오히려 내려다보는 태도로 보일 것이라며 글릭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요즘도 자주 제기되는 ‘토큰 블랙(token black, 대부분 백인인 등장인물들 사이에 형식적으로 넣은 흑인 조연 캐릭터’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는 “저는 해결책을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로 답장을 마무리했다. 거절 편지를 받은 글릭먼은 체념하지 않고 여러 차례 설득의 편지를 썼고 흑인 이웃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기까지 한다. 슐츠가 인종 문제의 해결책을 “모르겠다”고 했지, “없다”고 하지 않았기에 아직 더 설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몇 달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았고, 그런 끝에 <피너츠>에 첫 흑인 아이 캐릭터 ‘프랭클린’이 등장한다. 결과만 보면 그저 조연이 하나 등장한 것 정도에 불과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슐츠는 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과 대사를 깜짝 놀랄 정도로 세심하게 설계해서 당시 논란이 되던 문제들을 모두 다루면서도 독자들에게서 반발심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냈다. 흑인은 수영을 하지 못하거나 물에 뜨지 않는다는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속설과 편견을 위트 있게 반박하거나, 흑인 역시 미국 시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베트남전쟁에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