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해가 떠오르고 개미집에도 아침이 찾아옵니다. 대장개미의 기상 알람에 맞추어 모든 일개미들이 깨어나 하루를 준비합니다. 양치질을 하고 아침을 먹은 뒤 오전 9시가 되면 줄지어 출근하고, 줄지어 일을 하고, 오후가 6시가 되면 줄지어 퇴근합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드네요.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늘 그렇듯 해는 떠오르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 시작됩니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여전히.... 다 같은 일과를 반복하고 있는 일개미들 속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노리’입니다. 노리는 행동이 남다릅니다. 끊임없이 웃고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거나 샤워를 하면서도 상상을 하며, 모두 잠든 밤에는 램프를 켠 채 무언가를 읽고 있네요.
『일개미 노리의 바다』는 글은 전혀 없이 온전히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입니다. ‘글 없는 그림책’은 처음 눈으로만 쓱 읽으면 오히려 글이 있는 그림책보다도 빠른 속도로 줄거리를 파악하며 쉽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한 번 더 펼쳐보고 다시금 책장을 되짚어 넘기게 만들지요. 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까, 침대에 누워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과연 노리는 어떤 아이일까... 등등 궁금한 부분들이 생깁니다. 특히 강수인 작가의 그림체는 전작들도 그러하듯이 디테일이 살아 있어 찬찬히 관찰하며 보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노리의 표정, 날이 갈수록 달라지는 노리의 방 주변 소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때에 따라 바뀌는 시계의 모양, 날이 갈수록 변화되는 일개미들의 행동, 표정 등을 읽어 내다보면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른 친구들은 나와는 또 다른 상상력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테니 서로 나누면 더 재미난 책 읽기가 될 것입니다.
어느 날 밤, 먹구름이 몰려오고 폭풍우가 칩니다. 밤새 내린 비로 개미집 주변은 모두 물에 잠겨 버리지요. 다음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