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자국 따라 책 속으로 들어가기
책 표지에 아이와 강아지가 미닫이문을 빼꼼 열고 얼굴을 내밀었어요. 둘의 코가 벌름거립니다. 표정이 “아하, 이렇게 좋을 수가.” 하고 말하는 듯합니다. 무엇이 이 둘의 마음을 이토록 행복하게 꽉 채웠을까요? 표지의 꽃 자국을 따라 본문 속으로 스르륵 들어가 볼까요?
오나, 안 오나
바깥에는 노란 목도리를 한 조그만 눈사람이 있어요. 조금씩 녹고 있나 봅니다. 집 안에는 초록빛이 있지만, 바깥에는 눈이 있어 추워 보입니다. 토리가 산책을 가자고 조르네요. 아이와 토리는 외투 입고 모자 쓰고 산책을 나가려고 합니다. 빼꼼,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날이 추워요. 산책 가자던 토리가 얼른 집 안으로 들어올 만큼 추워요. 아직 안 왔나 봐요.
다음 날 둘은 바깥으로 나왔어요. 귀마개를 하고 목도리를 하고 장갑을 끼고 장화도 신었어요. 강아지 토리도 외투를 입었어요. 산책길에 토리네처럼 산책 나온 일행을 하나 만났어요. 큰 나무 꼭대기에 연두색 잎이 났어요. 그래도 아직 다 안 왔나 봐요.
오늘 산책에는 귀마개와 장갑을 하지 않았어요. 바람이 쌩 하니 불어서 목도리를 날렸어요. 산책 나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어요. 땅에는 파릇파릇 풀도 있고, 연둣빛 이파리를 내는 나무들도 있어요. 그래도 아직 안 왔어요.
이번엔 가벼운 신발과 외투를 입고 산책을 나왔어요.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조금 더 멀리 산책을 나왔어요. 하천에서는 새들이 먹이를 찾고요,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어요. 둘은 징검다리도 건넜어요. 나무들은 서서히 물기를 머금어 생생한 연둣빛을 띠고 노란 개나리도 피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인가 봐요.
이제 외투는 벗고 얇은 겉옷만 걸치고 산책을 나갔어요. 사람은 점점 많아졌고, 개나리도 색이 짙어지고, 나무에 꽃잎이 매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아직인가 봐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하면서 고개를 들었어요. 와, 분홍빛과 연둣빛과 하늘빛이 가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