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발 헛디딤에서 기적의 반복으로
1부. 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
1. 연구-글쓰기와 계속해서 새롭게 반복하기
2. 대학원의 공부법: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세미나였고
3. 급하게 꿀팁 찾는 세계에서 지식을 대하는 법
4. 모두가 꿀팁 찾는 세계에서 인문학을 나누는 법
5. 힐링과 사이다가 대세인 세계에서의 글쓰기 ①: 희망편
6. 힐링과 사이다가 대세인 세계에서의 글쓰기 ②: 절망편
7. 선생님, 글을 못 쓰는 병도 있나요?
2부. 연구나 하라고요? 저희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1. 대학원생이 노동조합이라니
2. 대학원생이 노동자라니
3. 이 와중에 저는 운동이 처음이라
4. 대학원생의 노동조합은 대학을 바꿀 수 있을까: 선례들
5. 낭만주의, 회의주의, 탈脫정치와의 작별
6. 강제를 통해 자유를
7. 대학-학계의 두 가지 역사
연구자로 살기를 계속할 이유: 정혜진
인문학 전공 비정규교수: 김진균
참고 문헌
‘연구하는 활동가’ 혹은 ‘운동적인 연구자’가 세상과 관계 맺는 두 가지 방법
첫 번째, 글쓰기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5분이면 온갖 것에 대한 ‘꿀팁’을 찾아낼 수 있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지식을 구하고 자기화하여 정연한 글을 써내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취미 생활용 ‘꿀팁’을 찾는 이들의 글쓰기 사례를 상세히 제시한다. 모호함과 복잡성을 견디고 스스로 탐색하는 과정을 거친 사람만이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고, 돌아온 답변을 기점 삼아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즉 지식은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다. 그 과정은 물론 고통스러우나 그만큼 즐겁기도 하다.
취미 생활을 위해서라면 지식을 구성하고 개인적으로 적용하는, 고통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멈추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적 연구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연구자는 “기존의 지식 체계를 활용하는 한편 그 안에서 해당 체계의 일부가 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자의 글은 같은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논문이든, 학계 바깥의 일반 독자를 향한 칼럼이나 단행본이든 “타자를 향한 말 건네기”가 되어야 한다.
연구는 “진리 탐색의 새 결과물이 지식 체계의 일부가 되게끔 정연하고 설득력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발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지적인 글쓰기에서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 실수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잠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운이 좋다면 짧게라도 말을 걸어볼 수 있도록 붙잡기 쉬운 작은 손잡이 하나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한 목표는 다가서는 과정이 지난한 데다 근본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저자는 거듭, 새롭게 계속하려는 시도를 결코 멈추지 않는다. 다른 생각과 지향을 가진 상대의 세계에 “하나의 의미 있는, 주의를 기울여볼 만한 질문이나 제안”을 전하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