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4
첫째 묶음 _ 새해는 오지 않는다 8
새해는 오지 않는다 / 말과 침묵 사이 / 부활의 봄 / 오늘이 은총입니다 / 영혼의 휴식, 영혼의 충전 / 바람 속의 숨결 / 가을날의 기도 / 성 베네딕토의 숲 / 노숙자로 오시는 예수 / 삶의 바로 곁에 죽음이 있다 / 저의 제물은 찢어진 마음뿐 / 삶에 감사합니다 / 우주에는 달력이 없다 / 사순의 강을 건너며 /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 이 땅의 가난한 동방박사들 / 흐르는 강물처럼
둘째 묶음 _ 메시아는 오지 않는다 78
지난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 저 거룩한 수도원 / 공상에서 묵상으로 / 죽음에 바치는 헌사 / 뒷담화 참회록 / 면류관을 쓴 진실 /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 메시아는 오지 않는다 / 이삭을 주우러 멀리 갈 것 없다 / 침묵의 소리 / 빗소리 너머에서 듣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코헬렛을 읽을 시간 / 비움과 버림 / 쇄신, 가난의 선물 / 조르주 르메트르의 하늘 /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 그분의 계획은 따로 있다
셋째 묶음 _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152
돌아갈 수 있는 과거는 없다 / 그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세월호를 잊고 싶은 우리 / 지하철 정거장에서 / 고시촌의 밤하늘 / 영광과 좌절의 변주곡 / 그들만의 러브샷 / 거짓의 식탁 / 촛불의 미학 / 닭을 위한 진혼곡 / 카인의 후예 / 순명의 잔을 들고 /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 /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 우리 곁의 이방인 /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 기생과 공생 / 때로는 위악이 선보다 아름답다
에필로그 226
책소개
언어는 원초적으로 패배의 운명을 지고 태어난다. 진실은 늘 말과 글의 경계 너머에 있다. 언어는 진리의 언저리를 안타깝게 맴돌 뿐이다. 한 조각 진실을 담고 있을 때조차도 언어는 역부족이다. 하물며 진실의 그림자조차 담지 못한 언어는 얼마나 많던가. 말은 진실에 닿지 못하고, 글은 삶을 감당하지 못한다. 말이 세상을 속이고, 글이 사람을 홀린다. 말은 소음으로 퍼지고, 글은 공해로 쌓인다.
어쩌다 보니 말과 글을 다루며 살았다. 기사를 쓰고, 논평을 하고, 칼럼을 담당했다. 신문 방송에 내놓은 글은 대체로 생명이 짧다. 당대의 소란과 소음이 소거되고 나면 공허한 울림만 남는다.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글은 드물다. 빛바랜 칼럼은 공감도 공명도 낳기 어렵다.
돌이켜보니 감사한 날들이었다. 부족한 안목으로 5년 동안 고정 칼럼을 맡았다.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기도와 묵상의 마음을 담았다. 그 칼럼의 문패가 「말과 침묵」이었다. 넘치는 기회를 준 가톨릭평화신문에 감사드린다. 비루한 원고를 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책으로 엮는다. 여전히 다스리지 못한 허세와 욕심의 소산 같아 부끄럽다.
글의 주제에 따라 1, 2, 3부로 묶었으나 그 경계가 분명하지는 않다. 1부는 대림과 성탄, 사순, 위령 등 전례 주기에 따른 묵상의 글이다. 2부는 신앙과 영성의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다룬 글을 모았다. 3부는 세상사에 대한 오지랖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과 논란을 다루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톨릭의 시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말의 고향은 침묵이다. 글의 소임은 진리와 진실이다. 본향으로 회귀하지 못한 언어는 세상에 잔해를 남긴다. 그래서 말은 필시 구업(口業이고, 글은 ‘글빚’으로 남는다. 삭여낼 업과 감당해야 할 빚을 저울질하며 다시 침묵을 향해 돌아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