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로 가득한 시대를 위한 안내서
유행하는 ‘무슨무슨 챌린지’를 따라 춘 춤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림으로써 만들어지는 네트워크가 있는가 하면, 미얀마의 여성들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며 군인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여자들이 입는 옷을 빨랫줄에 걸어 두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퍼포먼스로 가득하고 우리는 그것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왜 퍼포먼스 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무엇을 하는 것일까? 혹은, 퍼포먼스는 우리가 무엇을 하도록 할까? 다이애나 테일러의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퍼포먼스로 가득한,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퍼포먼스가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퍼포먼스가 완전히 잊히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세계의 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적 이론서이다.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인식론으로서의 퍼포먼스, 퍼포먼스의 존재론
퍼포먼스를 일종의 인식론으로 여기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퍼포먼스가 그저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나 현상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문화, 사회와 정치 안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작용인지를 일깨워준다. 즉, 우리가 어떻게 퍼포먼스를 통해서 무언가를 알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그리고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권력이 어떻게 미시적으로 복잡하게 작동하는지를 광범위하게 통찰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일상 생활에서 수행하는 사사로운 말과 행동들부터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억압적 정치 체제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말과 행위들, 비가시적이지만 엄연한 힘의 작용, 관계의 양태에 대해 비로소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퍼포먼스는 타자에게 영향을 주고 타자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의 총체이며 인식론으로서의 퍼포먼스는 이러한 행위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 인식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