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기도를 할 때에 비로소 기도를 알게 되고, 기도를 배우게 되듯, 순례를 하며 순례를 알게 되고, 순례를 배우게 됩니다. 순례는 무엇일까요?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한 것은 변화입니다. 순례는 관광도, 여행도 아닌 변화를 요구합니다. 참된 순례는 우리들에게 순종과 열매와 변화를 가르칩니다.
이제 순례를 통해서 더 깊이 있게 보게 되는 것은 순례는 증거입니다. 개신교 순례지를 돌며, 더듬을 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순례는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유물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이는 종교’로서의 천주교와 개신교의 성공회가 남긴 여러 유물들과 비교할 때에 ‘듣는 종교’로서 다른 개신교에서는 어떠한 유물들을 찾기에 쉽지 않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우상에 대한 논쟁과 신학적으로 종말론적인 사고에 기인할 것입니다. 그러나 순례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은 이는 ‘증거’였습니다. 어떠한 사건이 있은 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어떠한 사건도 ‘증거’를 잃어버리면 그 사건 자체가 묻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증거’들을 우상으로 정죄하였고, 또한 왜곡된 종말론적 사고로 너무나 가볍게 여겼던 것입니다.
그동안 순례를 하며 감추어 있는 귀한 이야기들을 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잃어버린 ‘증거’로서의 유산을 깨닫게 될 때에 아쉬움과 더불어 한국 교회에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음을 전합니다. 선교 역사 14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교회는 이제는 보이지 않는 증거인 이야기와 더불어 보이는 증거를 더욱 귀히 여겨할 것입니다.
강화 순례 이야기인 ‘경계에 선 사람들’에 이어 제주 순례 이야기인 ‘칼 귀츨라프의 꿈’을 만 2년 만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경계에 선 사람들’도 귀했지만 이번 ‘칼 귀츨라프의 꿈’이 가진 의미는 매우 깊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선 책이 모델이 되어서 그 연속과 확장을 이루어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틀이 생겼고, 이로 말미암아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