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책머리에ㅣ 8
서문: 민주주의의 위기, 주체의 위기 11
제I부 인민의 이름으로: 포퓰리즘의 시대
제1장 “우리, 인민”은 누구인가: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로서 인민주권 19
제2장 포퓰리즘, 데모스, 급진 민주주의: 라클라우와 무페의 ‘인민’ 담론 구성에 관하여 59
제3장 포퓰리즘의 이중성과 민주주의의 민주화 101
제II부 인권의 정치와 시민권의 정치: 퇴행에 저항하기
제1장 반지성주의와 위기의 민주주의: 탈진실 정치와 민주적 집단지성 139
제2장 혐오 발언 규제 논쟁과 인권의 정치 169
제3장 인간과 시민의 ‘이데올로기적’ 권리선언 : 맑스,아렌트,발리바르 209
제III부 다시 만나는 세계시민주의
제1장 맑스의 국제주의와 환대의 정치-윤리 251
제2장 세계시민주의의 자기반성: 부정변증법적 비판을 통한 고찰 285
제3장 국민국가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발리바르의 세계정치와 관국민적 시민권 319
ㅣ발표지면ㅣ 359
이 책을 발행하며
이 책은 젊은 정치철학자 한상원 교수(충북대가 지난 2018년 이후 쓴 정치철학적 주제들의 논문 모음집이다. 각 글은 서로 다른 주제와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각 글 사이에 일정한 역할 분담과 주제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실린 모든 글은 서로 다른 주제들과 방향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 강조점을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과잉’이 낳은 귀결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결여’가 낳은 귀결이라는 지적이다.
많은 학자들이 지금의 시기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정의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도 그러한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출발한다. 그러나 이 위기의 대안으로 민주주의를 ‘확장’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에서 민주적 요소를 ‘축소’할 것인가 하는 물음은 근본적인 수준에서 다뤄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 위기에 대한 진단 속에서 그 처방으로 탈정치적 민주주의를 제시하는 경향들이 존재하며 심지어 주류적인 의견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들은 우익 포퓰리즘이나 권위주의 정치세력의 부흥, 반지성주의나 혐오 정서의 확산 등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절차적 합의와 전문가 결정으로 환원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서는, 민주주의의 민주적 요소들이 계속해서 축소되어 온 것이 바로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쉽게 간과된다.
오늘날의 위기는 민주주의가 근본적인 수준에서부터 탈정치화, 탈민주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지금의 위기가 다름 아닌 정치적 주체의 공백으로 인한 위기, 즉 주체의 위기, 주체성의 위기라는 사실이다. 점차 유권자들을 소비자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대우하는 기성 정치세력의 관점 속에서는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데모스demos의 권력kratos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이 망각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데모스 혹은 인민은 집권 세력의 시혜에 의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