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나는 영 케어러입니다
치매 걸린 아빠가 꽃을 가꾼다
이게 아닌데
난 괜찮아
현재 진행형
박하사탕
학교 가는 길
벚꽃
가족을 돌보는 방법
단짝
거짓말은 딱 질색
밥걱정
담임
화분 가꾸기
불꽃나리
제2부 너무 예쁜 나이, 열여덟
살얼음판
목소리
자진 폭로
따뜻한 손
배냇저고리
새싹
주제 파악
고딩 엄빠
이랬다저랬다
또 아침
용감한 그녀
놀고 싶은 마음
그런 건가 봐
엄지척
제3부 열여덟 살의 걸음마
네일 아티스트
책 읽기
걸음마
제라늄에게 말 걸기
잡초
화살 뽑기
우린 우리대로
그냥 걷자
그네 타기
누룽지
아름다운 연대
제4부 너도 필요할 것 같아서
주문 걸어 주는 엄마
그 여자
스프링 벅
까짓것
그냥 모르는 척
불쑥
이모
아깝지 않다
뒷담화
빈 둥지 증후군
슬기 보기
푸르게 걷고 싶은 날
달달
미소 천사를 보내며
가족
해설 | 오연경
시인의 말
“나는 영 케어러입니다”
팍팍한 현실과 막막한 미래를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우리 곁 청소년들의 초상
‘영 케어러(young carer’는 가족이나 친척을 돌보는 청(소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 김애란의 시집은 다양한 역할과 상황이 얽히고설킨, 돌봄의 한가운데 던져진 ‘열여덟 살 영 케어러’로 살아가는 청소년의 삶과 현실을 조명한다.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 오락가락하는 할머니를 돌보는 건/전 과목 1등급을 맞는 것만큼 힘들”(「가족을 돌보는 방법」고, 벚꽃을 “할머니가 토해 놓은 알약”에 빗댈 만큼, 봄비를 “거미줄 같은 비”(「벚꽃」라고 묘사할 만큼 그들의 삶은 팍팍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견디기 힘든 건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속에서 무언가 훅 올라오려는 걸/꾹꾹 누르며” “난 괜찮아 난 괜찮아 난 괜찮아”(「난 괜찮아」 되뇌어 보지만, 가족을 돌보느라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빠지는 동안/성적은 엉망이 되고/친구 관계도 엉망”이 되고 “어쩌면 미래도 엉망이 될”(「학교 가는 길」 것 같아 불안하다.
할머니가 토해 놓은 알약 같은 벚꽃이 피고
이따금 거미줄 같은 비가
벚꽃 사이를 사선으로 내리긋는 봄날에도
나는 늘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처럼 긴장한다
할머니 숨소리처럼 가냘픈 햇살이
비쳐 들다가 슬며시 달아나 버리는 쪽방에서
삼단 요 위에 누운 할머니를 간호하는 일은
아르바이트할 때처럼 늘 긴장된다
벚꽃잎을 밟으며 떠나간 엄마는
새로 벚꽃이 피어도 돌아올 줄 모르고
벚꽃잎을 밟으며 공장에서 돌아와 누운
할머니는 새로 벚꽃이 피어도 일어나지 않고
벚꽃잎을 밟으며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새로 벚꽃이 흐드러져도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얼마나 벚꽃이 지고 또 피어야만
할머니가 일어나실까?
밖에는 어서 내가 죽어야지 하는 할머니의
푸념 같은 벚꽃잎이 부질없이 흩날린다
―「벚꽃」 부분(22~23쪽
그러나 시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