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맛깔스런 글의 성찬으로 차린 조선 시대 맛의 식탁 / 안대회
서문
성리학으로 차린 조선의 밥상
사대부, 어금니를 벌려 고기를 뜯다
이덕무의 ‘소박한 밥상’론 : 참다운 미식가는 절제할 줄 안다
조선 왕들의 식치 퍼포먼스
탐식가도 가지가지, 이유도 가지가지
1장
우심적, 존경하는 선비에게 바치는 음식
우심은 왕희지에게 대접함이 좋으리
천하 명소 팔백리박의 심장을 구워 먹은 왕제
헛된 칭찬은 우심을 욕되게 했네, 서거정
소 염통 구워 먹는 게 부추밭 가꿈보다 낫다, 정약용
‘왕희지의 당일적을 받았으니’, 권근
우심적을 천하제일의 요리로 꼽은 김문
부친 상중에 우심적을 먹은 채수
2장
우금령, 탐식가들의 입을 봉쇄하라
1668년 청계천 장통교 살인사건
육식 열풍, 조선을 강타하다
우금령은 잘 지켜졌을까?
단군 이래 최악의 우역이 전국을 삼키다
조선 사람들의 유별난 소고기 사랑
3장
난로회, 양반들의 소고기 탐식 풍속
음력 시월 초하루는 고기 먹는 날
규장각 신하들과 난로회를 즐겼던 정조
소고기, 어떻게 요리해 먹었을까?
양반들 입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열구자탕
조선에서 으뜸가는 소고기 탐식가, 김계우 부부
4장
가장, 사대부 양반들의 개고기 사랑
가장을 먹다가 요리사를 죽인 강원 감사
혜경궁 홍씨 생일상에 오른 ‘개고기찜’
개고기는 피를 씻으면 냄새가 난다?
박제가가 정약용에게 가르쳐 준 개고기 삶는 법
연경에 간 심상규가 개장국을 즐긴 일
김안로의 개고기 식탐
여덟 가지 개 요리를 남긴 중인 실학자 이규경
5장
두부, 다섯 가지 미덕을 갖춘 식품
중국인 열 중 아홉은 두부당?
목은 이색에서 소설가 최서해까지, 두부 500년사
명 황제도 감탄한 조선의 두부 맛
두부가 가진 다섯 가지 미덕
연포회, 양반들이 절간으로 달려간 까닭
양반들 등쌀에 중 노릇도 못할 판
실학자 성호 이익의 지극한 콩 사랑
추사 김정희가 꼽은 최고의 음식은?
6장
순
조선은 성리학의 이데올로기가 밥상까지 지배한 시대였다. 사대부 중심의 계급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왕은 12첩 반상, 공경대부는 9첩 반상, 양반은 7첩 반상, 중인 이하는 5첩?3첩 반상을 차려 먹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비집고 맛을 탐한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조선의 탐식가들》은 이덕무의 ‘소박한 밥상론’을 소개하며 시작하지만, 그 소박한 밥상론을 배신하고 온갖 핑계로 맛을 탐한 조선의 탐식가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탐식가도 가지가지, 이유도 가지가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탐식가는 여럿이지만, 탐식의 이유는 모두 다르다. 먼저 권력과 부의 맛을 밥상에서 느끼려 한 권세가들이 있다. 반정의 주역이자 중종의 사돈으로 권세를 누린 김안로는 개고기 탐식가로, 맛있는 개고기 요리를 바친 자들을 조정 요직에 등용해 구설에 올랐다. 또 다른 반정의 주역 박원종과 누이 문정왕후를 등에 업고 전횡을 휘두른 윤원형은 중국 진나라 무제 때의 재상 하증을 흉내 낸 식전방장(사방 열자 가량의 상에 차린 진수성찬을 차려 먹었고, 때로는 왕의 요리사인 선부와 숙수를 불러 잔치를 벌이기까지 했다. 조선 후기에도 인조 반정으로 공신에 오른 김자점, 양모 화완옹주와 함께 정조의 정적이었던 정후겸은 ‘갓 부화한 병아리’를 즐긴 탐식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탐식은 권력을 잃고 나서는 정적으로부터 패륜으로 공격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후대에 탐식가로 인정받으려면 진귀하고 맛난 음식을 찾아 먹는 일 외에도 그것을 기록하여 남기는 일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인물로 우심적, 두부, 순채 등에 대해 수많은 시를 써서 남긴 조선 초기의 문신 서거정과 조선 최초의 음식 비평서인 《도문대작》을 남긴 허균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처지는 극과 극이었다. 시성으로 불릴 정도로 문명을 떨치며 조정의 요직을 두루 역임했으며, 곳곳에 집과 별장까지 지을 정도로 부까지 누린 서거정은 부족한 것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와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