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그 많은 현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5
0. 몇 가지 준비운동 23
전前철학적 경험을 알뜰히 기술하는 것 23
어느 달걀을 먼저 먹어야 할까? 26
풍선은 어떻게 될까? 31
학교화된 대답 33
3분 정도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을 36
‘필연’의 문에 새어 들어오는 ‘우연’의 빛 42
먼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이야기부터 45
만들어지는 마음 53
당연한 일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감수성 57
주류 심리학자는 누구를 말하는가? 63
1. 학습의 사회적 특질 73
나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말’ 73
학습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사태다 82
학습을 보는 것은 성좌星座를 보는 것이다 86
학습은 문화적 실천이다 92
국소성과 보편성의 변증법 98
2. 마음에 관한 몇 가지 모델 105
세 가지 로봇 이야기 105
신경 현상으로서의 마음 107
주관성이라는 유령 110
바렐라의 생명을 가진 마음, 양자를 극복하고 통합하는 시점 114
신체화된 마음 118
상연하는 마음 124
안정과 불안정의 다이내믹 131
용이 살아 있다니? 133
3. 상황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143
외국어를 배우는 것의 의미 143
상황에 대해 좀 멈춰 서서 생각해 보기 155
깁슨의 생태학주의 158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데서 일어난 오해 172
문제는 무대와 무대장치다 175
콘텍스트에 관한 두 가지 시점 178
전통적인 콘텍스트관은 무얼 놓치고 있었는가? 181
앙상블로서의 콘텍스트 186
콘텍스트의 재정식화 188
4. 상황적 행위 191
표정 지각과 움직임 191
걷기 193
내비게이션 196
부엌에서 하는 기억 활동 198
때를 안다는 것―인지적 도구와 상황적 행위 200
지각의 사회―도구적 조직화 202
5. 상황에 묻혀 있는 도구 207
코카콜라 병의 의미 207
도구의 도구성 208
상황에 묻혀 있는 도구 212
6. 연구라는 이름을 빙자한 폭력 2
책 속에서
상황학습론에서는 ‘학습’이라는 현상을 기술할 때 흔들리지 않는 전제를 하나 갖고 있다. 그것은 ‘학습’이 그것을 만들어 내는 문화적 실천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학습’은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적 현상’이다. _ 86쪽
우리가 ‘뭔가를 안다’라는 것의 원인을 모두 우리 ‘머릿속’이라는 특정한 ‘장소’에 존재하는 ‘지식’이라는 실체(즉 ‘지식의 표상’에 귀속시키는 시점을 무심코 취해 버리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머릿속에 ‘지식’이라는 것이 딱 장착되어 있어서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이 그대로 바깥으로 표출된다는 것이 많은 사람이 가진 ‘지식관’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뭔가 ‘상황’과 같은 정보를 ‘외부’에서 머릿속이라는 ‘내부’로 집어넣어 그 지식을 편집하고 ‘그 장에 맞춰서’ 내놓게 된다는 이미지를 갖고 지식과 상황의 관계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런 지식관을 무심코 받아들이다 보면, 이른바 ‘내부’에 갖춰져 있는 지식을 ‘현실의 적용 장면에 맞춰’ 편집할 때의 ‘참고 자료’ 정도로 보며 ‘상황’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묻게 된다. _ 157쪽
‘환경’ 혹은 ‘상황’을 이런 식으로 정의하면, 뭔가를 알아차리고 지각한다는 것은 환경 속 사물의 속성, 즉 외부 세계가 그 생체의 활동을 유발하거나 방향 짓는 성질을 ‘직접 끌어낸다’라고 할 수 있다. 깁슨은 그러한 ‘생체의 활동을 유발하고 방향 짓는 성질’을 ‘어포던스affordance’라고 명명했다. 즉, ‘지각’이란 생체가 자신이 하는 활동의 흐름 속에서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의 어포던스를 직접 끌어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말은 뭔가를 ‘본다’는 것은, ‘그것에 어떤 조작을 가하는가’와 같은 행위와 그 무엇인가가 어떤 어포던스를 제공하는가가 쌍이 되어 인식되는 것이지 인식자 측의 행위 의도와 신체활동과 관계없이 단지 특정한 시각적인 자극 패턴이 ‘머릿속’에 비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_ 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