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앓고 난 아침, 창밖에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얼마나 기다리던 눈이었을까요? 누나도 벌써 일어나 거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누나, 아빠는?” “일하러 가셨어. 아빤 늘 바쁘시잖아.”
아이는 누나를 졸랐어요. “그럼 누나, 우리끼리 나가서 놀자.” 하지만 누나는 고개를 저어요. “안 돼. 너 감기 걸렸잖아.”
아이는 늘 안고 다니는 토끼 인형의 배에 이마를 대며 말해요.
“열 내렸어. 봐 봐. 토끼 배가 따뜻한 걸! 엄마가 그랬어. 토끼 배가 차가우면 열나는 거라고.”
누나는 아이의 이마를 짚어 보고 나서야 허락을 하지요.
“좋아. 하지만 옷은 단단히 입어야 해.” 꼭 엄마처럼요.
아이는 토끼 인형도 데려가고 싶었어요. “누나, 토끼도 데려갈까?” “토끼는 두고 가자. 누나가 같이 가니까.”
그렇게 시작한 눈 오는 날의 나들이. 밖은 온통 눈 세상, 놀이터는 온통 아이들 세상이었지요. 그런데 아직 어린 동생에게는 조금 위험한 곳이기도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눈싸움하는 형들 사이로 뛰어갔다가 “아얏!” 얼굴에 눈덩이를 맞고 말았어요. 누나는 몹시 속상했나 봐요. “내 동생 아팠겠다. 거 봐. 기다리랬잖아.” 화난 얼굴로 형들을 쏘아보며 동생의 손을 잡아끌어요. “우리 딴 데 가서 놀자.”
큰 길을 지나고 문방구와 붕어빵집 앞도 지나 누나가 아이를 데려간 곳은 어디였을까요? “작년에 엄마아빠랑 같이 갔던 데. 조용하고 좋아.” 가는 길에 누나는 붕어빵도 사 주고, 어부바도 해 주었어요.
“다 왔다!” “누나! 우리가 처음이야!”
이윽고 다다른 그곳은 둘만의 눈 세상이었어요.
둘은 그곳에서 미끄럼도 타고 눈 천사도 그리고, 커다란 눈사람도 만들었지요. 누나는 몸통, 동생은 머리. 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도 둘러주고 눈과 입도 붙여 주고.
“우아, 완성이다!” 기뻐하는 동생에게 누나가 말해요. “아직이야. 코를 붙여야 해.” “맞다, 근데 뭘로 붙일 거야?” “잠깐만 기다려. 누나가 구해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