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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저자 구정은
출판사 후마니타스
출판일 2018-11-30
정가 17,000원
ISBN 9788964373163
수량
/ 남겨진
또다시 부서진 과거 8
비밀을 품고 있는 죽음 27
전쟁이 남긴 폐허 39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 64
생을 마친 탈것들의 종착역 81

/ 버려진
아무도 먹지 못한 밥 102
바다를 덮은 플라스틱 112
빨리 만들고 더 빨리 버려지는 첨단 119
넝마주이의 터전 쓰레기들의 산 130
내버릴 수 없는 지구 167

/ 사라진
말라붙은 호수 182
황폐해진 숲 198
줄어드는 땅 219
이제 만날 수 없는 생명 232
우리보다 먼저 없어진 우리 260

/ 보이지 않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인간 294
나자마자 도둑맞은 인생 314
값싸게 쓰이다 버려지는 노동 334
그 무엇도 아닌 인간 355

에필로그 367
참고문헌 372
찾아보기 374
사진 일람 385
책임지지 못할 물건들로 뒤덮인 지구

만들어 내는 만큼, 파내는 만큼 버려진다.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게 마련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은 제대로 쓰이지도 못한 채 버려진다. 비행기, 공항, 자동차, 배, 기차, 우주선, 놀이공원도 쓰레기가 된다. 전쟁이 파괴한 마을(스페인 내전 당시 벨치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중서부의 오라두르 쉬르 글란, 욕망이 만든 유령도시(디트로이트, 포드란지아, 군칸지마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어떻게 버려지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가 책임지지 못할 물건들로 지구를 뒤덮고 있는 사이, 그에 따른 위험을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약한 존재들이다. 땅과 숲이 위협받으면서 그 안에 사는 생명은 절멸로 내몰린다. 고향을 잃은 소수 부족이 사라지면서 언어도, 그 안에 담긴 지혜도 사라진다. 바다를 덮은 플라스틱은 미드웨이 환초의 앨버트로스와 바다거북, 갈매기와 물고기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대가로 치른다. 첨단을 좇아 그보다 더 빠르게 폐기되는 전자 쓰레기 유독 물질을 지닌 채 미국과 유럽을 떠나 동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로 가고 이를 재활용해 살아가는 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캐나다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생활쓰레기는 필리핀으로 ‘수출’되어 갈등을 빚는다. 이 책은 책임지지 못할 행위를 하는 이들과 그 책임을 떠안는 이들이 대개 일치하지 않는 모순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찰하게 한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또 버려지는 상품

곁에 두고 쓰던 물건은 물론이고 시간과 공간도 사람들에게 버림받는다. 시간이 흘러 잊히는 것도 있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우거나 감추는 것도 있다. 버려지는 것들 틈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하지만 가장 큰 역설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폐기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의 노예제를 다룬 책들은 ‘21세기에 노예가 존재하는 건 쓰고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존재 자체가 지워지거나, 쓰이다 버려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