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이야기꾼 톰 홀랜드의
로마사 3부작 결정판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가 이번에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돌아왔다. 《루비콘》(2003, 《페르시아 전쟁》(2005, 《이슬람제국의 탄생》(2012, 《다이너스티》(2015 등 묵직한 고대 제국사를 주로 집필해왔고, 《도미니언》(2019에서 기독교의 2500년사를 한눈에 펼쳐 보임으로써, 방대한 사료를 일관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직조해냈던 그였다. 이 책 《팍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의 시대를 다룬 《루비콘》, 아우구스투스와 그의 직계 후계자들의 치세를 다룬 《다이너스티》에 이은 로마사 3부작으로, 톰 홀랜드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로마 제국의 전성기를 장엄한 서사시로 그려낸다.
팍스 로마나는 아우구스투스의 시대(서기전 27~서기 14부터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재위 기간(161~180까지 약 200년간 로마 제국이 지중해 일대에 안정을 가져온 시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대는 그 시기인 네로 황제의 사망(68부터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재위기간이 끝나는 시점(138에 이르는 70여 년이다. 이 시기에는 찬탈과 내전, 외적의 침입과 속주의 반란, 자연재해 등 여러 위기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는 로마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팍스 로마나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려면, 위기에 빠진 로마 제국이 다시 평화를 구축해낸 이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평화를 가져온 힘이 평화를 무너뜨린다는 역설
사실 로마 제국의 속사정은 외양과는 달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크고 작은 진통이 일어나고 있었고, 결국 곪은 자리가 터져버리면서 제국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 시작은 아우구스투스 황조의 마지막 황제 네로의 자결(서기 69이었다. 네로 황제는 자신의 폭정에 맞선 반란이 일어나자 사태를 비관하고 제위와 목숨을 포기했다. 황조 개창자의 혈통이 아니어도 황제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기자 속주의 장군들이 잇따라 황제를 자칭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