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년 동안 할아버지와 함께 똑딱똑딱
할아버지가 태어난 날, 시계는 처음 우리 집에 왔습니다. 그날 저녁 똑딱똑딱 아기처럼 숨 쉬는 시계가 신기해서 고모할머니는 차마 방문을 닫지 못했습니다. 아기인 할아버지는 시계 종소리에 놀라 울음을 뚝 그쳤지요. 시계는 늘 식구들과 함께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걸음마를 시작한 여름 저녁도, 열여덟 고모할머니의 아름다운 혼례식도 다 지켜보았지요. 아버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는 잘 다녀오라며 커다랗게 종을 울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늙어 가는 동안 시계도 점점 나이를 먹었습니다. 신문을 보다 깜빡 잠이 든 할아버지 곁에서 시계도 꾸벅꾸벅 조는 날이 늘어 갔지요. 시계태엽은 늘 할아버지가 감아 주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기력이 쇠한 할아버지 대신 아버지가 태엽을 감아 주게 되었습니다.
펑펑 눈 내리는 밤, 시계가 느릿느릿 종을 쳤습니다. 이제 할아버지와 영원히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지요. 곧 깊이 잠든 할아버지를 따라 시계도 가만히 잠이 듭니다.
소중한 우리 집 식구, 할아버지의 시계
《할아버지의 시계》는 같은 제목의 외국 곡 ‘Grandfather’s clock’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Grandfather’s clock’은 1876년 미국의 작곡가 헨리 클레이 워크Henry Clay Work가 발표한 노래로,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 가수들이 다양한 버전으로 불러 널리 사랑 받고 있습니다.
그림책 《할아버지의 시계》는 이 노래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시계를 우리의 전통가옥 마루에 걸린 벽시계로 바꾸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화자인 ‘나’는 할아버지의 손자이자 두 아이를 둔 중년의 아버지입니다. 어느 날 나는 먼지 쌓인 다락에서 할아버지의 시계를 꺼내 닦으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와 시계에 얽힌 가족사를 조곤조곤 들려 줍니다.
할아버지가 태어난 날, 귀한 손님으로 집에 온 시계. 그 시계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스스로 태엽을 멈추었단다. 팔십 년 동안 할아버지와 함께 집안의 기쁜 일과 슬픈